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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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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생산예측, 기초통계 구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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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한석호
KREI 논단| 2011년 5월 30일
한 석 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신문과 방송 등 매스컴에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배추가격이 큰 화두가 되어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년은 너무 높아서 올해는 너무 낮아서 이다. 정부는 작년 배추파동 이후 수급불안의 주요 원인은 기상이변이라 단정 짓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중 하나가 미리 예상 생산량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단기적으로 수입량을 늘리는 방법에서 벗어나 미리 작황을 예측하고 공급량을 조절한다는 목적이었다. 맞는 말이다. 미리 예상 생산량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당연히 필요하다.

 

작년 배추파동의 중심이었던 고랭지 작형은 기상, 병충해, 토양 그리고 방재를 포함한 기술요인 등 다양한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형이다. 작년 고랭지배추의 급격한 생산량감소는 생육초기인 6, 7월의 가뭄과 고온으로 인해 생장이 부진하였고 초세가 부진하여 병해 발생 가능이 높아진 상태였다. 즉 무름병과 칼슘결핍증이 발생한 상태에서 8월 이후 또 한차례의 기상요인인 고온과 잦은 비로 병해가 급속히 진전되어 작황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이렇게 병해발생에 취약했던 것에는 춘광이라는 품종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춘광은 현재 고랭지배추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봄작형에는 맞지만 고랭지작형에는 적합한 품종이 아니다. 육묘회사에서도 춘광품종은 초세가 약하며 석회결핍증에 약한 품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배추파동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는 모형개발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통계가 필요하다. 첫째, 시·군 단위가 아닌 주산단지 단위의 단수통계가 필요하다. 동일한 행정구역 내에서도 고랭지 산지별 단수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고랭지 채소류에 대한 단수통계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둘째, 기상데이터이다. 기상데이터도 시·군 단위가 아닌 주산단지 단위 기상통계가 필수적이다. 동일한 행정구역이라고 하나 해발 1000m의 기상과 해발 400m의 기상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현재로서는 통계가 없다. 셋째, 작년의 경험을 거울삼아 우리는 단수감소가 기상변화로 인한 병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상여건에 따른 병해충 발생 예측모형(APIC)과 식물생장모형(CERES)을 고려하면 될 것이다. 이 분야는 실험통계를 기본으로 식물재배학관련기관에서 개발 및 운영하는 모형인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배추에 대한 연구내용이 전무하다. 이쪽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병해에 대한 연구결과 없이 평균적인 작황에 영향을 주는 기상요인만을 반영한다면 작년과 같은 급격한 단수변화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많은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계획에 따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와 유관기관은 기존의 농가 및 지역모니터조사에서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할 방법 중 하나로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예측모형을 개발 중인데, 기초통계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형개발 초기부터 한 가지 부담스러웠던 것은 정부를 포함하여 모든 여론이 너무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하고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다. 모형개발에 필요한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이런 기대치에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초통계로는 단기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효율적인 정책수립에는 기초통계가 기본이다.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충분한 기초통계가 우선 구축되어야하며 정부와 관련된 모든 기관의 중장기적 연구투자가 체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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