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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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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의 농업협력 의의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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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승훈
농경나눔터 농정포커스 | 2010년 5월호
전 승 훈  (한국개발전략연구소 이사장)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세계 빈곤의 대표 지역이다. 사하라 이남 인구 8억 1,973만 명 중에서 약 50%가 절대빈곤 상태에 있다. 그 빈곤의 바탕에 농업의 낙후성이 있다. 산업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한 여건에서 농업마저 그러하니 빈곤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인구의 64%가 농촌에 있지만 식량의 25%를 수입하면서 그마저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 같은 아프리카 농업의 낙후성은 농업 여건을 보면 분명해진다. 경작가능 토지가 3.8%밖에 되지 않아 토지 개발 수준이 낮고(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우 31.9%), 농업기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농업 금융, 물류 등 제반 인프라가 극히 취약하고, 농민의 영농의식도 낮다.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아프리카 나름대로 ‘아프리카 포괄적 농업개발 프로그램(CAADP)’에 국가예산의 10% 이상을 농업부문에 투자하여 농업생산성을 연평균 8% 제고하도록 추진하고 있고, 국제사회가 연간 1,200억 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 중에서 400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의 녹색 혁명은 농업혁명의 좋은 교본

한국은 좁은 농토, 과잉인구 등 어려운 여건에서 농업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농촌 경제를 짧은 기간에 근대화시켜 세계 경제사에 유례없는 성과를 기록했다. 농업생산성의 경우, 1960년과 1979년에 쌀과 보리의 단위당 수확량은 1.7배, 1.8배 각각 증가하여 빠른 시기에 주곡 자급을 달성했다. 농가 소득도 빠르게 증가하여 1971년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의 78.8%였는데 1981년 역전되어 103%가 되었다. 농촌의 전기 보급률도 1971년의 20%에서 1980년에 100% 달성하게 되었다. 특히 새마을 운동을 통하여 짧은 기간에 농민의 자조정신으로 농촌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성과는 농촌의 전근대성에서 반세기 이상 고민하고 있는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와 한국은 농업의 여건이 되는 토지, 농업기술, 영농 인프라 및 영농의식 면에서 아주 대조적이다. 아프리카는 광대한 토지를 갖고 있는 반면 농업기술이 아주 낙후되어 있고 농업금융, 물류 수단 등 농업 인프라가 극히 취약하며 농민의 영농의식도 상당히 낮다. 반면에 한국은 좁은 토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발전된 농업기술, 농업 인프라 및 영농의식이 훌륭하다. 아프리카의 경우 위와 같은 여건에서 넓은 토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 지속과 식량안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높은 농업생산성을 자랑하나 협소한 토지로 농산물의 수입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대조적 상황에서의 협력은 양측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아프리카의 넓은 토지와 한국의 농업기술이 접목하게 되면 아프리카의 고질적인 식량부족과 빈곤의 극복에 하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풍부한 농업 잠재력 및 자원에 협력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모잠비크에 한국 시범농장 사업 추진

한국개발전략연구소는 이러한 배경하에서 농림수산식품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작년부터 모잠비크에 한국 시범농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모잠비크의 국토는 한반도의 3.6배나 되고 농업에 유리한 기후 및 자연 여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2,170만 명 중에서 1,620만 명이 기아로 고통 받고 있다. 또한 해마다 890만 톤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녹색혁명이 국가적 과제이다.

 

이 사업의 골자는 한국의 농업기술과 농기계를 투입한 신기술전시포를 설치하고, 시범 농가를 선정하여 영농기술을 지도하며 농업기술 실험 및 보급 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수도 마푸토 인근 마라케니군 시범 전시포에서 주요 식량 및 경제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시범 농가를 선정하고 농업기술의 보급을 위한 시설 건축과 기술지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계획 사업이 마무리되면 모잠비크 농민들이 한국의 선진 기술영농을 배우고 적용하여 모잠비크의 기아해소와 빈곤 극복에 하나의 충격(impact)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지난 반세기 우리가 식량안보와 농촌 근대화를 위하여 노력하면서 쌓아온 땀과 지혜를 이를 필요로 하는 국제사회와 나눠 글로벌 공동체의 번영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발전을 위한 길을 열게 되었다. 특히 넓은 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의 기아와 빈곤의 상징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새마을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보다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sychun@kd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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