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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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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용택
농수축산신문 시론 | 2009년 9월 8일
 김 용 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설 농림기술관리센터소장)

 

바로 일 년 전만 해도 전 세계는 급등한 국제곡물가격으로 식량위기를 겪었다. 당시 모든 국가가 식품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애그플레이션을 겪었으며, 많은 나라들이 정치 불안과 사회 불안 내지는 식량 폭동을 경험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제곡물가격이 급락했지만 최근 다시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21세기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시대’라는 국제 전망이 나오고 있어 언제 다시 세계 식량위기가 발생할지 모르는 실정이다.

 

국제곡물시장은 ‘엷은 시장’(Thin Market)이라 적은 물량 변화에도 심하게 가격이 변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1400만 톤 내외의 곡물을 수입해 식량자급률이 27%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곡물수입량의 80% 이상을 4개 곡물수출국에 의존하고 있어 식량안보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이미 옥수수, 밀, 콩 등과 같은 곡물류는 국내생산기반이 거의 붕괴된 상태이며 최근 높아진 국제곡물가격과 원화 약세로 곡물수입량은 감소하는데 수입액은 크게 증가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생명공학작물이나 방사선 조사와 같은 신기술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커지면서 식량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유전자재조합(GM)식품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 반응으로 국내 식품업체들이 비유전자재조합(Non GMO)곡물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유전자재조합작물은 식량의 안정적 수급과 환경문제 및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개발 되었으며 식품, 의약품, 바이오 에너지 및 환경오염 개선 등 여러 분야에서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우리나라가 과학적인 안전성 평가보다는 정서적 이유로 유전자재조합작물을 거부하는 것은 식량안보 우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식품안전 의식도 선진국 수준이다.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식품안전 이슈들이 곧바로 우리나라에 반영된다. 그럼에도 광우병 쇠고기 파동, 조류독감 파동, 불량만두 사건, 과자 첨가물 위해 파동 등과 같은 대형 식품위생사건들이 꾸준히 발생해 국민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효과적인 식품안전관리체계 수립이 필수적이나 식량안보 측면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지가 제한돼 있는 우리나라는 국내생산 확대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일정량의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데(‘식량안보 문제’), 국내 소비자들의 유전자재조합작물과 수입식품에 대한 불안감(‘식품안전 문제’)이 높아지고 있어 식품안보와 식품안전이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식량안보문제와 식품안전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되는 것이다.

 

그러면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어떤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까.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이 조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합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이 사회적 합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과 동시에 이들 상호간에 의견교환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려면 정부의 합리적인 규제, 학계의 과학적 사실과 지식 제공, 식품업체의 안전한 식품 공급, 식품유통업체들의 건전한 식품 유통채널 확보, NGO들의 적절한 감시와 균형적인 시각, 언론매체들의 객관적인 정보 전달체계 확립 등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식품안전과 관련해 어떤 과학적 사실도  사회적 합의 없이는 무의미해진다. 또한 과학적 사실이 없는 사회적 합의도 공허한 것이다. 식품 안전에 있어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위험평가와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관련 당사자들과의 의견교환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소비자들의 신뢰를 끌어내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식품안전이나 식량안보는 본질적으로 규범적이고 정성적인 요소를 지닌다. 이제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지혜가 식량안보와 식품안전의 조화를 위하여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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