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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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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설원예단지 조성,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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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현태
KREI 논단| 2008년 9월 9일
박 현 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시설원예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특히 생산시설에 대한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1990년대 중반의 유리온실 지원에 대한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990년대 말 이후 정부는 생산시설보다는 생산물의 품질개선이나 에너지 이용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하였다. 이 때문에 혹자는 지난 10년을 ‘시설원예산업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2008년 신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동시 다발적인 FTA 추진 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개방화에 대응하여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확대를 통해 농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가운데 시설원예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와 같이 대단위 유리온실 단지를 조성하여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원예농산물의 품질제고를 통한 경쟁력 향상과 수출확대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시설 현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설원예산업 육성전략은 수출전문 유리온실단지 조성과 대규모 농어업회사 설립 등 크게 두 가지 사업으로 요약 된다. 이러한 육성사업의 기조는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대규모 온실단지를 조성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춘 첨단 수출단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단지 조성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다. 하나는 2012년까지 농식품 수출목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원예단지 조성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규모 유리온실 조성은 1990년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이다. 사실 1990년대 유리온실 중심의 시설원예 정책에 대해 평가하자면, 정책실패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는 하나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원예농산물의 수출에 눈을 뜨게 했다는 점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대규모 시설단지 조성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대규모 시설단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수출이 여의치 못해 수출물량이 내수 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경우 기존 시설단지까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단위 신규단지 조성에 앞서 우리 원예농산물의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에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즉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 특히 수출시장의 경우 어떤 작물을 어느 국가에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 수출할 수 있는가 등을 검토한 후에 신규단지의 규모나 재배작물, 운영형태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신규단지 조성 시에 고려할 또 한 가지 사항은 온실의 형태와 냉난방 등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다. 1990년대 유리온실 정책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과다한 초기 투자비였다. 이점을 고려할 때 투자비를 낮출 수 있는 한국형 온실과 냉난방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 투자비를 낮추는 것과 관련하여, 온실의 피복재를 반드시 유리로 해야 하는지, 냉난방을 값비싼 유류로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시설원예 영농이 기후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가축분뇨를 활용한 온실 냉난방 등 친환경적이면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시설도입과 운용이 요구된다.

 

그동안 시설원예가 우리 농업을 이끄는 동력원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낙후되고 노후화된 시설로 그 역할을 계속 담당할 수도 없다. 때문에 시설현대화도 필요하고 규모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를 실행함에 있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 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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