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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뭐~어려워야 예술인가? “농촌 일상이 바로 작품… 내가 바로 주인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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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려워야 예술인가? “농촌 일상이 바로 작품… 내가 바로 주인공이지”

최종편집일 2015-11-09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을 가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은 자기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현상은 도시보다 농촌에서 더욱 심하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농업인 10명 중 8명 이상은 문화·예술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창작활동으로 음악·미술·문학·사진 등이 있다. 혹자는 삶의 자부심을 높이려면 반드시 예술이 필요하다고도 얘기한다. 마침 오는 11일은 농업인의 자긍심 향상을 위해 제정된 농업인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직접 예술작품 속 주인공이 된 경북 영천시 화산면 별별미술마을의 주민들을 만나봤다.
 
 
너무 띄워 주니 쑥스럽네요. 다들 그냥 평범한 농업인들이에요.”
 
마을에 도착하자 새마을지도자인 권효락씨(51)가 반갑게 맞이했다. 별별미술마을은 80여가구밖에 살지 않는 작은 농촌마을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에 선정됐다. 현재 버스정류장, 마을 안길 담벼락, 버려진 폐가 등 구석구석에 총 45점의 작품이 설치돼 있으며, 이를 보기 위해 한해 약 1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가장 인기있는 곳은 버려진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한 마을사박물관으로, 주민들의 삶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작가들이 주민들의 일생을 작품화하고 싶다더군요. 그러려면 옛날 사진이 필요하다기에 갖다줬어요. 이건 제 결혼식 사진이고 저건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이에요. 그냥 달라는 대로 준 건데 이렇게 꾸며 놓으니 그럴듯해 보이죠?”
 
권씨를 따라 들어간 마을사박물관 안. 본 전시실의 사진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주민들이 간직하고 있던 사진 중에서 골라낸 것들로 탄생·결혼·회갑 등 인생의 중요 순간들을 보여주고 있다. 두번째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주민 60여명의 인물사진이다. 이 사진은 주민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담고자 별다른 연출 없이 찍었다. 그래서 복장도 평소 입던 차림새 그대로다.
 
마을의 역사는 주민 개개인의 삶이 모인 것이죠. 그런데 얼굴만큼 삶이 잘 녹아있는 데가 있나요. 이 작품은 주민 인물사진을 통해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요.”
 
마을사박물관은 외지인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마을 부녀회장인 박복자씨(62)는 옛 추억이 그리울 때면 종종 박물관에 들른다. 인물사진 말고도 예전에 살던 집과 키우던 가축 등의 사진도 볼 수 있어서다. 박씨는 마을 안 여느 작품보다 자신과 자기 주변의 얘기가 담긴 박물관 전시품에 정이 더 간다고 얘기했다.
 
주민들이 직접 작품의 주인공이 된 뒤로 동네에 생기가 더욱 넘쳐요. 긍지가 생겼다고 할까요. 외지인들이 사진을 보고 나를 알아보는 것도 신기하고요. 사실 예술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즐겁고 재미있는 것? 그런 점이 좋은 거 같아요.”
 
예술가들은 꼭 형이상학적인 그림이나 어려운 글만이 예술은 아니라고 전한다. 일상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움직임이면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 도시에 비해 농촌은 예술 관련 시설·교육프로그램 등은 부족하다. 그러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프랑스의 유명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이란 자연이 인간에게 비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거울을 닦는 일입니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삶을 그저 되돌아보는 것도 훌륭한 예술작품이 된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농업인들이라면 말이다.
 
영천=김재욱, 사진=김덕영 기자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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