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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마음 놓고 아이 못낳는 농촌, 저출산에서 無출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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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놓고 아이 못낳는 농촌, 저출산에서 無출산 되나...
산부인과 소외지역 산모 위해 교통비 등 지원 절실


최종편집일 2015-09-15


실종된 산부인과
전라남도 구례군 간전면에 살고 있는 박지연(가명) 씨는 서울서 살다 3년 전 친정이 있는 구례로 내려왔다. 그녀는 작년 10월, 셋째 아이를 낳아 올망졸망 삼남매를 기르고 있다. 셋째를 낳기까지 목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과 농사일을 하는 식구들을 두고, 그녀는 아이를 밴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각종 검진을 받기 위해 반나절은 족히 걸려 병원을 다녀야 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그녀의 집은 버스 정류장까지 종종걸음으로 30~40분이 걸린다.
 

“구례에는 산부인과가 없어서 순천까지 나가야 해요. 집에서 구례까지는 1시간, 구례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걸려 순천엘 도착하면 마지막엔 택시를 타고 산부인과 가야했죠” 순천에 있는 산부인과는 인근의 고흥, 강진, 곡성에서 온 산모들로 붐비기 때문에 박 씨는 아이 검진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검진 받는 시간을 포함해 꼬박 반나절이 넘게 걸렸다고 했다.
 

“출산일이 다가오니까 마음이 정말 불안하더라고요. ‘가다가 낳으면 어쩌나’ 몇 날 며칠을 동동거렸죠”
 

셋째가 세상에 나오기 전날 밤인 오후 9시 45분쯤, 진통이 시작되자 그녀는 구례에서 순천까지 택시를 불러 산부인과로 갔다. 택시비만 6만원. 자주 이용한 탓에 깎아줬는데도 비싼 요금이다. 아이는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고, 좀 있으면 벌써 돌이라고 했다.
 

“산부인과가 없는 곳에 사는 농촌지역 산모를 위해 교통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면사무소나 지자체에서도 산모를 위해 어떤 정책들이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셋째를 가졌을 당시, 면사무소에 가서 출산 정책에 대해 물었다던 김 씨는 “담당 공무원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관련된 팸플릿은 몇 년도 더 지난 내용이 써 있더라고요. 화가 나서 전화로 싸웠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지원하는 출산장려금에 대해 물으니 “장려금은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구례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원을 줘요.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을 경우엔 20만원을 달마다 주고요. 광주는 셋째를 낳으면 1000만원을 줬다는데 인구가 늘자 지금은 지원금을 줄였다고 들었어요”
 

지역마다 다른 출산장려금은 ‘원정 출산’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빚기도 한다. 실제로 원주시의 경우 셋째 아이 출산 시 50만원을 지원하지만, 해남군은 600만원을 지원해준다. 무려 12배 차이다. 김 씨는 “출산장려금 많이 주는 대로 주소지를 옮겼다가 다시 원래 주소지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원정출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출산지원금 아직도 부족하다
16년 전 경향신문 ‘독자의 소리’ 란에 농촌여성과 관련된 목소리가 실렸다. ‘여성농민에게 출산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이행된 곳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여성농민을 포함한 모든 임산부에게 1인당 50만원씩 전자바우처 형태의 ‘고운맘카드’가 제공돼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16년 전에는 ‘출산금 미지원’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지원금 부족’의 문제다.
 

지난해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의 총 출생 신고 수는 단 1건. 통계청 자료 ‘2014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2012년 원주시에서 태어난 아이는 2,979명에서 2014년 2,546명으로 433명 감소했다. 농촌지역은 이제 저출산이 아니라 ‘무(無)출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귀래면에서 작년 아이를 낳은 여성은 캄보디아 출신의 다문화 여성이다. 면사무소와 이장님을 통해 전화가 연결된 귀래면 캄보디아 여성은 작년 8월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고운맘카드’ 출산 지원혜택에 대해 물어보니 “고운맘카드 지원 외에도 60만~70만원은 더 나갔다”며 “초음파 검사도 한 번 받는데 10만원이고, 다른 검사까지 합하면 하루에 몇 십 만원이 나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07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출산 관련 의료이용행태 및 비용분석’ 자료에 따르면 임신에서 출산까지 드는 1인당 평균 총 진료비가 185만원이나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산후조리원이나 출산용품까지 합하면 출산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새정치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지키는 산후조리서비스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어 고운맘카드 지원금을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비용‧고위험에 처한 산부인과
전국 시군구 228곳 가운데 산부인과나 조산원처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 시설이 없는 곳은 무려 55군데에 달한다. 전국의 1/4에 해당하는 지역이 이른바 산부인과 소외지역인 셈이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전체 의료기관의 수가 점점 줄어 보건복지부 「보건복지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857개소에서 2011년 5145개에서 2013년 4511개소로 감소했다.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산부인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지만 1년도 못 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 양구여성농업인센터 이현주 대표는 “양구 내에는 산부인과가 없어 아이를 낳으려면 홍천까지 나가야한다”며 “지난해 ‘찾아가는 산부인과’ 서비스가 생겨 많은 분들이 환영하고 좋아했는데 금년 들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분만 취약지역이 전국에 50여 군데가 넘지만 지역 내 산부인과 의사만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24시간 운영해야 하는 산부인과의 경우, 간호사 근무도 3교대를 실시해야 하는 등 운영 면에서 고비용이 들고, 산모 하혈 시 시골 지역의 경우, 피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의료사고 부담이 큰 편”이라며 “산모와 아이 모두를 책임져야하기에 의료사고 부담이 배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부인과의 특성을 고려해 분만수가를 늘리고, 산부인과 의사뿐만 아니라 소아과 의사와 마취과 의사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해 소외 지역 내 분만 거점 병원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교통 소외지역 출산여성 위한 ‘찾아가는 예방접종’ 서비스 필요
전국 합계출산율 1위 해남군, 난임 가정 위한 체외수정‧인공수정 비용 지원
양구여성인농업센터에서 다문화 가정을 담당하는 김정원 씨는 “마음 놓고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출산여성이나 영유아를 위한 ‘찾아가는 예방접종’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구 내 해안면의 경우, 하루에 버스가 6대 정도밖에 다니지 않아 아이 예방접종을 맞히기 위해 아침 7시 10분 첫차를 타고 나와 진료시간인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추운 겨울에 아이를 안고 덜덜 떨면서 기다리는 산모를 보면 정말 안타깝다”며 “접종을 마치고 집으로 갈 때에도 배차간격이 긴 버스 탓에 반나절이 꼬박 걸린다”고 했다. 또한 김 씨는 “예방 접종을 하러 밖으로 나오게 되면 2차 감염의 위험도 있다”며 한 우즈베키스탄 여성은 김 씨에게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10세가 되기 전까지 지역 내 보건소에서 지역 아동의 건강관리와 예방접종을 관리해준다”며 “아이가 전염병으로 사망하게 될 경우 보건소장은 큰 처벌을 받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고령의 교통소외지역 노인에게 ‘100원 택시’나 ‘1000원 택시’가 큰 인기를 끌며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처럼 출산과 영유아 접종관련 교통소외지역에 대해서도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국 출산율 1위 해남의 비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해남군 합계출산율은 2.43으로 전국 최고였다. 지난 2008년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출산장려팀’을 꾸린 해남군은 저출산 관련 업무를 보건소 중심으로 한 데 모아 다양한 출산 정책을 내놨다.출산 직후 산모에게 미역과 쇠고기, 아기 옷, 목욕용품을 담아 ‘아기사랑택배’를 보내거나 난임 가정을 위한 체외수정과 인공수정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2011년에는 양육보조금제를 도입해 첫 아이를 낳으면 부모에게 30만원을 주고 아기가 생후 18개월이 될 때까지 매달 1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실질적이고 살뜰한 출산 정책으로 지역민의 만족도가 높다.
 

올 9월 개원할 전남 지역 제 1호 공공산후조리원은 해남종합병원 별관에 위치하며, 민간 조리원보다 20% 가량 저렴한 154만원의 이용료와 셋째아이 이상의 출산 산모, 다문화 가정, 장애인 등의 산모는 이용료의 70%를 할인해주는 혜택을 준다.
 

해남군 거주한다고 소개한 한 주부 블로거는 해남군 산모 지원 정책에 관련된 포스팅을 하며 “해남군은 유축기 1달 무료 대여에 아가 로션까지 챙겨준다”며 “임산부 등록하러 보건소에 갔는데 철분제와 함께 풋케어 크림까지 챙겨줬다”며 세심한 해남군의 지원에 만족을 표했다.
 

저출산에서 無출산으로
우리나라 출산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여자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2년 1.30명에서 2013년 1.19명으로 감소해 지난해는 1.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올라온 UN 대만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35년 합계출산율은 이스라엘이 2.49명으로 가장 많았고, 포르투갈이 1.49명으로 최하위였다. 우리나라는 포르투갈 다음인 1.57명으로 최하위에서 두 번째였으며, 프랑스는 1.99명, 일본은 1.63명을 기록했다.
 

미래학을 연구한 세계적 석한 짐 데이터 미국 하와이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출산율을 높이기가 어려운 이유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사회구성원이 합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출산과 관련해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활발한 논의가 선행돼야한다. 지역 구성원의 논의 속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 제언이 이뤄지고, 이를 통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영유아 예방접종’ 실시나 ‘고운맘카드 출산지원금 증액’, ‘교통 소외 지역 내 출산 여성 교통비 지원’과 같은 방안은 실제 지역민의 목소리였다. 고액의 출산장려금보다 더욱 필요한 것은 수혜자의 피부에 와 닿고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이가 많은 정책이 우선이다.


김소윤 기자 sigumchee@naver.com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출처: http://www.rw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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