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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로컬푸드, 제대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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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제대로 가고 있는가?
유정규 (좋은경제연구소장, 경제학박사)

 
최종편집일 2015-12-18
로컬푸드가 대 유행이다. 농식품의 발표에 따르면 20123개에 불과했던 로컬푸드 직매장이 2013, 32개로 늘어났으며 20158월말 현재 89개로 증가했다. 농협중앙회에서는 2016년 말까지 직매장 100개 설립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직매장 외에 2009년부터 추진되어 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언니네텃밭제철꾸러미사업이나 지금은 크게 약화되었지만 오늘날 로컬푸드 1번지 완주의 출발이 된 영농조합법인건강한 밥상의 꾸러미사업 등 로컬푸드를 활용한 직거래사업도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로컬푸드가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기존 농산물 유통경로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불만과 로컬푸드에 대한 기대, 완주군의 성공에 자극받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맞물려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지자체 지원 힘입어 급속 확산
 
로컬푸드는 기존의 유통경로에 비해 농가의 수취율을 높이고 소비자의 매입가격을 인하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소농의 참여나 신선도, 안전성,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구축 등 다양한 효과가 있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효과에 주목하여 정부에서는 로컬푸드 관련사업을 농산물유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파악하고, 로컬푸드직매장, 직거래장터, 제철꾸러미, 온라인직거래몰, 단체급식 식자재공급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먼저 직매장에 대해서는 개소당 3(보조 30%, 자부담 70%), 공동작업장은 개소당 4(융자 80%, 자부담 20%), 정례직거래장터는 개소당 6천만원(보조 80%), 이동직거래장터는 차량 당 1억이내(보조 80%), 소비자교류사업은 개소당 1천만원(보조 80%), 직거래교육 및 홍보사업은 소요비용에 대해서는 50~10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22일에는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등 농산물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한 직거래활성화의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었다.
 
유통거리 단축이 목적이 돼선 안돼
 
이제 로컬푸드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더욱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이러한 정부정책은 화살의 속도를 높여주는 동남풍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로컬푸드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로컬푸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로컬푸드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관계형성을 통한 신뢰구축에 있다.
 
로컬푸드는 단순히 유통거리의 단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먹거리를 매개로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소규모 생산농가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농정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어 있는 영세농가와의 결합을 통해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며,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지역경제를 따뜻하게 만들어 갈 지역주체를 발굴하여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곧 세계화된 식품체계에 저항하는 동시에 건강한 먹거리의 제공과 지역농업·농민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로컬푸드는 기본적으로 운동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통거리의 단축은 이러한 로컬푸드의 철학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은 유통거리 단축을 로컬푸드의 목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주객전도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부 지자체의 성공을 되돌아 보면, 오랜기간의 준비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오늘날 로컬푸드의 모범사례가 되어 있는 완주의 경우, 2008약속-5 프로젝트를 수립, 추진하면서 그 일환으로 고령농과 소농에 대한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소규모 커뮤니티농장을 육성하였고,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을 꾸러미사업을 통해 직거래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 꾸러미사업을 통해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생산자를 조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매장사업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의 절대적인 참여와 지지는 사업 성공의 토대가 되었다. , 오늘날 완주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꾸러미사업을 통한 생산자의 조직화, 교육과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차분하게 가치와 철학부터 공유를
 
하지만, 많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과정과 노력은 도외시한 채, 성공의 모습에 취해 너도 나도 뒤를 쫓고 있다. 그 결과 이미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 더욱 빈번해 질 것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급하게 서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제 좀 더 차분하게 로컬푸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로컬푸드 운동과 사업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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