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내리 찍는 태양
긴 장마에 눅눅한 이불 냄새 날리기에 안성맞춤
구절초 밭에 엎드려 풀 뽑는 내게는 웬수
웬수를 웬수라 하지도 못하겠는 서울 소식
내게는 웬수나 그들에겐 반가움일 터
여름이 다 그렇지 뭐
체념하고 들어서니
엊그제까지 병실에 누워 도로 아이가 되어버린 막내
선풍기랑 에어컨이랑 강아지랑 알콩 달콩 잘도 노네.
저만한 게 어디야
그도 좋고 이도 좋으니 건강만 해라
장화 한 짝 벗는 시간도 여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목마름
깨금발로 냉장고로 가 찬물 한 그륵 들이키니
우와~ 살것네!
살것네! 하니 정말로 살 것 같아
빨랫줄에 이불 내고 들이는 종종걸음
마당 돌덩이 위에 명태처럼 누운 베갯속 뒤집으러 한두 바탕
우와~ 개운허네!
태양한테 내리 찍힘 피해 가사노동 서너 시간
해도 표 안 나는 일
안하면 금세 티내는 일
해도 해도 끝없는 일
하고도 욕먹는 일
하고나면 도로 생기는 일
걸레 다섯 장 열댓번 빨아대니
집안에 창틀 열다섯 개 닦아지고
찬물에 밥 한그륵 말아 후루룩 비우고
에라 모르것다.
벌러덩 누우니 절러 나오는 말
나 뭣허러 이라고도 큰 집에 사꺼나~~
큰 집 큰 집 원하다 된통 맞아보니
옆집 앞집 크게 크게 내기하듯 지어대는 집들 보니
남의 일 같잖아 깝깝하네
한마디 해 줄까보다 하다가
그래 살아봐야 힘든 줄 알제 샘나 하는 말인 줄 알껴
집크기로 자랑 치다 골병들턴디…….
두껍아 두껍아 큰 집 줄께 작은 집 다오!
201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