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정리를 하면서 작년 겨울에 적어 놓은 하소연을 읽어보니 우습기도 하고 새삼스럽기도 하고 며느리로 살면서 한번쯤은 다 겪어봤음직한 일이기에 한 번 올려보네요.
기름기가 다 빠져버렸나 봅니다.어른들 말 잡고 뼈 속에 바람이 드는 건지 내복, 티셔츠, 가디건 위에 두툼한 외투에 옷깃까지 세워 목도리로 둘둘 말고 모자를 쓰고 속 양말 한 켤레 꽃무늬 솜버선 무릎까지 올려 신고서야 집을 나섭니다.
공장으로 내려가는 길 맹고롬한 바람에 오그라든 어깨는 펴질 생각조차 없고 타다닥 내달리는 꽃버선발이 춤을 춥니다. 문밖을 나서면 어이 추워! 소리 발 먼저 나가고 들어서면 몸보다 춥단 말이 먼저 들어와 이불 속에 앉아있습니다.
추워 소리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겨울의 산 속 집은 도 닦기에는 안성맞춤.
오는 이도 추운지 발이 게으릅니다.
바닷가 칼바람과 쌈질하는 겨울에 비까지 내리니 오늘일랑 아랫목 차지하고 편해볼까 했더니 그도 내 몫이 아닌지 시어머니 불러들입니다.
“뭣허냐? 바쁘대! 돼지 좀 꺼써 내고 들이고 해야 쓰것는디 너거 아부지는 못할성 부른디 어째야 쓰까이!”
“비도 온디 하필 오늘 돼지 일을 해야것소? 지금 넘어 갈라!”
싫지만 싫은 내색 못하고 싫단 말 더더욱 못하고 뜨끈뜨끈한 황토장판에서 몸만 쏘옥 빠져 나온 자리에 눈길 멎는 괴로움 밀치고 나섭니다.
준비를 하고 나서건만 휙휙 지나가는 비바람소리에 다시 추워지는 귀, 바람보다 마음이 더 추운데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집에 돼지 끌어내고 앞집 돼지 들이며 씨름하는 동안 괜히 짜증이 납니다.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했던 시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이 이런 날에는 더 생각이 나는 건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건지 며느리라 어쩔 수 없음인지…….
멀리 떨어져서 저기 육지에 나가서 살고 싶습니다.
하다못해 돼지 들이고 내는 일에도 둘째네 불러들이는 건 당연하고 육지사는 첫째네 일 년에 한두 번 와서 돈 몇 만원 쥐어주면 만날 때마다 들려주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서 하소연 해보면 우리 집 뿐 아니라 다 그러고들 산다 소리에 누그러지고 참지만 참음이 넘쳐 복받치는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요?
헤헤헤 이 웃음이 가끔은 바보 같아 싫습니다.
히히히 이 웃음이 바보처럼 보여 조심해주지 않나 싶어 싫습니다.
웃고 사니 좋기만 해 보이는 것 같아 또 싫습니다.
옆 동네에 살지만 우리도 일 년에 한 두 번 가도 되는 방법 어디 없을까요?
2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