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릇파릇, 연둣빛 새싹 가득한 오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새 찔레순은 한 뼘도 넘게 자랐고, 할미꽃은 허연 수염 바람에 날리고,
예덕나무도 빨갛게 움을 틔우는 오월의 들꽃마루 산에는 효소 익는 냄새에 꼴깍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 절로 납니다.
마을마다 노인잔치, 리민의 날, 청년의 날 행사로 시끌벅적 풍악 울리며 모진 바람에 움츠렸던 몸을 풀어봅니다.
또 얼마나 열심히 바다와, 변화무쌍한 날씨와, 땅과 싸워야 할지를 알기에 오월에는 쉬엄쉬엄 놀기도 먹기도 마시기도 그렇게 준비운동을 합니다.
바람이 쌩쌩 부실 듯 창문을 패 댈 때는 세상이 말센가 이제 뭘 해먹고 살아야하나 걱정이 앞서다가 바람이 조용해진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 태평천하가 되는 반복의 사월을 잊기라도 하듯 뭉게뭉게 흰 구름도 쉬어가는 오월입니다.
달력도 불긋불긋 쉼을 종용하고 찔레꽃 하얗게 무더기 지어 피는 오월은 어린이들 내달리는 소리와 목탁소리로 금세 지나가겠습니다.
햇빛 좋은 날 방안에 처박힌 우중충한 마음을 내다 겁니다.
칼보다 무서운 사람의 입에 찔려 붉은 피 철철 흘리는 마음에 빨간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며 흔적 없이
아물어 주기를 바라보지만 쉬이 가시지는 않아 보입니다.
혹 내 입이 타인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며 바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눈앞에 오돌오돌 땅을 뒤덮은 돌나물이 보입니다.
흙을 덮어 버릴 만큼 강한 저 풀처럼 마음에 난 상처 좋은 바람 맑은 햇빛에 꾸덕꾸덕 딱지가 앉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