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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막는 농촌학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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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박준기

한국일보 기고 | 2023년 6월 2일
박 준 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농촌 곳곳에 작은 학교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농촌지역에 있는 학교는 주민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한 곳이자, 지역 공동체 활동의 중심지였다. 농촌의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하자 전국에서 농촌학교를 살리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농촌이 활력을 얻으려면 농촌학교가 살아나야 한다. 학교는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의 학습권 보장은 물론, 지역주민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생활의 구심점이다. 사람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교류하며 문화 활동을 해왔다. 귀농·귀촌해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삼으려는 이들도 학교가 활성화된 지역을 선호한다. 농촌지역의 작은 학교 살리기는 단지 폐교를 막는 것을 넘어 농촌을 살고 싶은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요인이다. 전국 곳곳에서 이런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영광군 묘량중앙초등학교는 2009년 전교생이 14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하자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연대했다. 그 결과, 학교 회생은 물론 지역 공동체가 회복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엔 학교가 마을 공동체 활동 등 지역 거점 공간이 되었다. 묘량중앙초교의 2023년 학생 수는 유치원생 포함 전교생 92명까지 늘었다.


옥천군 안내초등학교는 지역주민들의 미래 투자와 마을 교육의 실천으로 학교를 살리고 마을의 활력을 높인 사례다. 안내면 주민들은 학교의 위기를 마을 소멸 위기로 인식하고 금강수계 주민지원사업 지원금을 작은 학교 살리기 예산으로 변경해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했다. '온 동네가 학교다' 프로젝트로 온 동네를 아이들의 배움터로 만들었고, 마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아이들은 방과후 마을 복지관에 모여 특기적성교육을 받을 수 있다. 농번기에도 돌봄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의 추진 내용은 지역마다 다르나 농촌의 고령화와 과소화 해소를 위해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인식을 같이한다. 따라서 지역 소멸 가능성을 줄이고, 지역의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제도적 틀에만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고 혁신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농촌의 면 단위로 적정 학교 규모를 설정하고, 학년별 캠퍼스 방식으로 인근 학교들을 연계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모든 지역이 개별 학교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농촌의 작은 학교들을 연계해 규모화한다면 학령별 맞춤형 교육과 방과후 돌봄 서비스 등을 내실 있게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학교시설을 아동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복합시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학교시설이 아동 교육을 넘어서 주민들의 영농교육, 문화 활동 등 평생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농촌의 정주 여건 개선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농촌의 작은 학교 살리기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자체,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 한 예로 화천군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보다 미래 인재 투자가 먼저라는 목표를 세우고, 교육복지과 신설과 지원조례 제정 등을 통해 보육·교육 예산을 늘려 인구 감소 위기를 지역 발전의 기회로 만들었다.


농촌학교는 농촌에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디딤돌이며, 지역주민들의 삶을 나누는 공간이다. 작은 학교가 살아나면 아동 교육과 돌봄 서비스가 충실해지고, 지역주민의 공동체가 회복되며 이는 곧 농촌이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이 될 것이다. 작은 학교 살리기가 활성화되어 우리 농촌에 활력이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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