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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물가로 억울한 농축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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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진

국민일보 기고 | 2023년 5월 23일
김 종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3.7%까지 떨어지며 물가안정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7.9%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먹거리 물가 고민이 크다. 체감도가 큰 물가다보니 언론은 가공식품 물가 고공행진 원인에 대한 분석을 쏟아낸다. 수입 및 국산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는 사실 오해다. 원재료로 사용되는 농축산물이 가공식품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요인보다 크지 않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지표가 부지기수다. 우선 산업연관표에서 가공식품으로 분류되는 상품을 대상으로 생산원가 비중을 계산해보자. 투입재로 사용되는 농축산물 비중은 17.4%로 집계된다. 반면 포장재, 에너지(전기·유류·가스 등), 도소매서비스, 경영지원서비스 등을 포함한 농축산물 이외 상품 및 서비스 비중은 36.1%로 배 이상이다. 이외 인건비 10.6%, 고정자본소모 4.3%, 영업잉여 3.3%, 생산세 8.6% 등의 순으로 비중이 높다. 전체 가공식품 생산에서 농축산물 원가 비중은 다른 요인보다 낮은 편이다.


농축산물 가격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지표는 또 있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분석해 본 결과 농축산물 가격이 10% 상승하면 가공식품 물가는 2.1% 상승한다. 반면 농축산물 이외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10% 상승하면 가공식품 물가는 배 이상인 4.5%가 뛰어오른다. 농축산물 이외 상품 및 서비스가 가공식품 물가 상승의 주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원가 변화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도 중요한 사실이다.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유가·원자재 국제가격과 환율이 상승했다. 당시 30%를 상회하던 수입물가 상승분은 시차(3~6개월)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에 반영됐다. 반면 국내 농축산물은 기상 및 계절 요인 등으로 특정 품목이 급등락하는 경우가 있어도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다. 왜냐면 가격이 오르는 신호가 나타나자마자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안정화 노력에 힘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업체도 잦은 판매가격 변동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국내산 가격 증감을 바로바로 가격에 반영하는 일은 지양한다. 최소한 국산만큼은 가공식품 물가 상승 영향이 적다는 얘기다.


이를 봤을 때 농식품 물가안정 정책은 축산물 이외 상품 및 서비스 요인에 대한 영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이 취약가구와 영세 식품·외식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지속·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농축산물을 물가 상승의 근원인 것처럼 보지는 말았으면 한다. 불은 다른 데서 났는데 책임 소재를 엉뚱한 데서 찾는 실책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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