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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농촌공간계획, 이해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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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23년 5월 3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농산어촌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농촌공간의 쾌적성·편리성을 높이고 농촌 주민이 누리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인구 과소화·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있어 핵심 과제다. 마침내 이를 실천하는데 기초가 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농촌공간계획법)’이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농촌공간계획법은 하위법령 제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 국민의 10명 중 7명은 현재 농촌의 난개발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으며 농촌다운 풍경이 있고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 바람직한 농촌의 모습이라고 기대했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잘 정돈된 마을과 논밭,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농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도시보다도 삭막한 형태로 변해버린 곳도 많다. 공·폐가가 방치되고 소규모 공장들이 삐쭉삐쭉 들어서 시골 마을의 풍경을 장식하고 악취로 고통받는 마을도 있다. 심지어는 건강을 위협하는 오·폐수 등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례도 있다.


농촌이 농촌다움을 잃어가는 가장 결정적 원인은 농촌공간을 어떻게 유지하고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거나 있다고 해도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었다. 국토는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네 가지의 용도지역은 다시 21개의 세분화된 용도지역으로 구분되는데 도시지역에는 16개의 세분화된 용도지역이 존재한다. 그러나 국토의 89%를 차지하는 농촌지역에는 세분화된 용도지역도 없다 보니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계획조차 세우기 어려웠다. 계획 없이 추진된 단발적 개발사업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농촌은 살기 어려운 곳이 되고 말았다.


바로 농촌공간계획은 그간의 이러한 문제에 응답하는 것이다. 농촌이 도시와 달리 공간에 대한 계획 수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난개발·저개발이 방치되고 있어 인구 유출과 소멸 위기로 이어지고 있기에 이를 차단할 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의 구속력을 확보할 수단으로 농촌형 특화지구 도입 등과 함께 농촌협약을 매개로 통합적 지원을 기획한 산물이다. 농촌다운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듦으로써 정주인구, 관계인구 등이 유입될 수 있는 성장의 환경을 조성하여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농촌공간계획을 규제적 성격이 있다거나 물리적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쯤으로 오해한다. 농촌공간계획은 지자체와 주민이 해당 지역의 미래상과 장기적 발전 구상을 마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약을 체결하는 틀로 이루어진다. 지자체와 주민이 해당 지역에서 꼭 보전해야 할 곳과 개발해야 할 곳 등을 농촌형 특화지구 등을 통해 구상하고, 주거·정주여건, 일자리·경제, 사회·생활서비스 등 핵심 기능을 재생하기 위한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하면 정부가 통합적 지원과 투자를 통해 계획의 실천을 도모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농촌공간계획은 지자체와 주민이 농촌의 자원과 환경을 보전하고 주민이 누리는 삶의 질을 향상해 미래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는 계획적 관리의 과정이지 결코 규제이거나 물리적 개발사업의 수단이 아니다. 농촌공간계획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살고 싶은 농촌으로서 재생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주체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나의 삶의 공간을 더욱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공감대 확보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국 농촌의 미래를 준비해가는 주인공은 농촌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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