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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공간계획 제도화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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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3년 1월 17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을 위한 법률안‘(이하 ‘농촌공간계획 법률안’)이 지난해 8월 여야의원 공동으로 발의해 12월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농촌공간계획 수립, 농촌특화지구 지정, 농촌협약 지원 같은 내용을 포함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농촌정책 영역의 오랜 숙제인 농촌공간계획 제도 도입에 한발 다가섰다.


현 시점에서 농촌공간계획 제도화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첫째, 농촌의 난개발을 억제하는 데 정책적으로 힘을 싣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도시계획제도는 그동안 농촌의 난개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도시계획은 농촌에서 식량 생산 외 다원적 가치 보전, 여가‧휴양‧주거 등 다양한 기능을 살리는 데 소홀했다. 심지어 일부 도시계획들에서 농촌은 장래 도시개발을 위해 남겨진 유보 공간 정도로 다루어지는 경향도 있었다.


따라서 법률 제정으로 농촌공간계획 수립을 통해 도시계획의 한계를 보완해 농촌다운 가치를 보전하고 장래 농촌을 지속가능한 곳으로 유지하고 나아가 우리 국토의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농촌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법률적 근거를 갖게 된다. 지금까지 농촌 지역에서는 미래 농촌 발전에 대한 청사진 없이 단편적으로 농촌개발사업을 추진해 왔고, 이에 농촌에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책 성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들이 다수 나타났다. 농촌공간계획 제도화를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 공동화에 대응해 정주 기능을 살릴 마을을 선별 육성하거나 과소화되는 배후 마을에 대한 서비스 거점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등 농촌 지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셋째, 단순히 계획 수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촌공간계획 법안에는 농촌협약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자체가 수립한 계획이 실효성을 갖도록 분야별 사업을 정부가 통합 지원하는 근거가 법안에 명시돼 있다. 장차 농촌협약이 자리잡고 내용 범위가 확대되면 농식품부 사업뿐 아니라 관련 부처 사업도 연계 지원함으로써 농촌재생을 뒷받침하는 플랫폼 역할도 하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농촌공간계획이 제도로 자리잡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당장 농촌공간계획 법률안이 국회 의결을 거쳐 공포되더라도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시행령 제정 작업을 이어서 진행해야 한다. 법안의 각종 쟁점들을 놓고 농식품부와 국토부,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와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농촌공간계획이 실효성을 갖도록 농촌협약을 확대하는 등 정책 지원 방식을 대폭 개편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중앙정부에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지자체와 현장 단위로 내려가면 기대대로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목격했다. 실제 농촌공간계획 수립을 놓고도 지자체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단지 지역개발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 요청되는 절차 정도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있다.


현 시점에서 농촌다운 가치의 보전, 미래 지속가능한 농촌 발전 등과 같이 제도의 궁극적 필요성에 대해 지자체에서 충분히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절실한 숙제이다. 또한 대도시 근교나 접경지역에 속한 시‧군들까지 아울러서 전국적으로 농촌공간계획이 수립되도록 하려면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이 제도가 일선 농촌 현장의 주민과 농업인 사이에서 수용되고 자리 잡아야 한다. 당장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농촌 주민 대다수는 농촌공간계획이 자신의 삶과는 동떨어진 행정과 전문가 집단의 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일부 농업인들은 법률 제정으로 불필요한 규제만 더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삶의 공간을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촌공간계획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농촌재생을 이루기 위해 일선 현장 주체들의 이해를 구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농촌의 현실과 문제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준비해가는 주인공은 농촌에 살아가는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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