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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용수 비점오염 관리와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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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유찬희

광남일보 기고 | 2022년 3월 17일
유 찬 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국내에서 매년 사용할 수 있는 물 이용량은 366억㎥로 이 중 154억㎥가 농업용수로 쓰인다.


특히 농업용수는 오염이 되더라도 그 원인을 알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특성(비점오염)을 지닌다. 두 가지 특성을 함께 보면 농업용수 비점오염을 관리해야 국내 수자원 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수자원 관리 정책도 과거 규제 중심에서 규제와 유인(인센티브) 제공으로 다시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여기서 거버넌스는 무슨 뜻일까? 현장 일선에서는 ‘(부)정기적으로 모여서 회의를 하면 거버넌스이다’라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거버넌스의 뜻은 다양하지만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듯하다. 오히려 ‘농업회의소의 조건, 토론과 법제’(2월 16일 특별기고)에서 소개한 양태가 거버넌스의 본질에 가까울 듯하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향은 농업용수 비점오염 관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용수 비점오염을 관리할 때 거버넌스를 만들어가고 작동하게 하는 방식으로 ‘자율적 공유자원 관리’라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율적 공유자원 관리는 농업용수 등 ‘다 함께 쓰는 자원’은 정부가 일률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고 시장에 맡겨도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결국 특정 지역(동네) 사정에 밝고 공유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이야말로 ‘다 함께 쓰는 자원’을 스스로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다.


자율적 공유자원 관리 논의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학자인 엘리너 오스트롬은 수많은 사례를 조사했고 공유자원을 잘 관리하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 원리’ 8가지를 발견했다.


특히 눈여겨 볼 내용은 정책, 제도가 현지 조건에 맞아야 하고 정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면 사업 내용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하며, 최소한의 자치 조직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주민참여형 거버넌스를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온 이유도 이러한 원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농업용수 비점오염을 관리하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면담한 결과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마을 25곳 및 인근에 있지만 참여하지 않은 마을 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위 원리가 중요하고 농업용수 비점오염 관리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참여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은 농업용수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정책 사업이 지역 특성에 잘 맞지 않는다고 여기며, 이에 개선 사항을 건의해 정책에 반영시키고 자체적으로 조직을 꾸려 스스로 관리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렇다면 농업용수 비점오염 관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거버넌스를 어떻게 자리매김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첫 번째로 농업용수 비점오염 관리 활동의 공간 범위와 참여하는 사람의 범위를 함께 늘려가야 한다. 비점오염이라는 특성상 현재 주가 되고 있는 마을이나 좁은 지역보다는 물길을 따라 넓은 지역에서 동시에 관리를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마찬가지로 농업용수를 농업인이 주로 사용하지만 농업인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까지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농업용수 비점오염 관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마을 또는 지역의 사정과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이를 해결하려 할 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가장 잘 아는 이는 그 마을 또는 지역에 터잡고 사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 이들에게 실제로 사업을 설계하고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의 상당 부분을 맡기는 것이 진짜 거버넌스로 나가는 첫걸음이다. 다시 말해 지역 농업인과 주민이 지속적으로 논의를 허심탄회하게 이어가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끝으로 최대한 자율적으로 맡기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부 등 공공 부문에서는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 주고 우리 동네의 수질이 왜 문제이고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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