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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22년도 중앙1호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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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전형진
KREI 논단 | 2022년 2월 24일
전 형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사무소장)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전 국민이 중등소득 수준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는 샤오캉(少康)사회를 실현한다.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자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선다. 두 개의 100년 목표 실현을 통해 과거 세계의 중심이었던 중국의 영광을 반드시 되살리겠다는 이른바 중국몽(中国梦; China Dream)이다. 이러한 야심찬 중국몽 실현을 위해 중국이 특별히 중시하는 것이 있다. 


바로 농업·농촌·농민, 삼농 문제이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삼농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중국몽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급기야 시진핑은 2013년 12월 중국의 최고위급 농업정책 논의기구인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이렇게 못 박았다. "중국이 강해지려면 농업이 반드시 강해야 하고(中国要强,农业必须强), 중국이 아름다우려면 농촌이 반드시 아름다워야하며(中国要美,农村必须美), 중국이 부유하려면 농민이 반드시 부유해야 한다(中国要富,农民必须富)". 


중국이 삼농 문제를 국정의 화두로 제시한 것은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이 공동으로 중앙1호문건을 발표한 2004년부터이다. 1호문건이란 매년 처음으로 하달하는 당해연도 핵심 추진과제를 담은 정책성 문서이다. 당이 곧 국가인 당국가체제(party-state system)의 중국에서 공산당과 국무원(중앙정부)이 공동으로 삼농 문제를 주제로 1호문건을 하달했으니 최우선 국정과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도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2022년도 농촌진흥 중점업무 전면 추진을 잘할 것에 관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중앙1호문건을 발표했다. 핵심 키워드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농촌진흥이다. 농촌진흥전략은 시진핑이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한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2017.10)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8년도 중앙1호문건에서 농촌진흥전략의 청사진이 제시되었고, 같은 해 전략 추진 세부계획에 해당하는 ‘향촌진흥전략규획(2018~2022년)’이 제정되었다. 급기야 2021년에는 국무원 직속의 국가향촌진흥국을 설립하고, ‘향촌진흥촉진법’을 제정함으로써 농촌진흥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알렸다. 


올해 중앙1호문건은 6개 영역에 걸쳐서 2022년도의 농촌진흥 중점 추진 과제 28개를 제시했다. 광범위하지만 열거해보면 ▲식량 생산 및 중요 농산물 공급 안정적 확보(식량 재배면적 및 생산량 안정, 대두·유지작물 생산 증대 프로젝트 실시, 중요 농산물 공급 보장, 식량작물 재배수익 보장, 주요 농산물 수급 통합 관리), ▲농업현대화 토대 강화(경지보호 조치 강화, 우량농지 조성 단기 목표 달성, 종자 등 핵심 농업기술 혁신, 농기계장비 R&D 및 응용 확대, 시설농업 발전 촉진, 농업재해 대응 강화), ▲빈곤탈피 지역·농가 지원 강화(모니터링·지원 체계 구축, 빈곤탈피 농가 소득 증대 지원, 농촌진흥 중점 현(县) 및 빈곤 농가 집단 이주지역 지원 강화, 빈곤탈피 지역 지원정책 실시), ▲농촌산업 발전 촉진(6차산업화 지속 추진, 현(县)지역 단위의 농촌산업 발전 추진 및 물류유통체계 구축 강화, 농민 취업·창업 촉진, 환경·생태친화적 농업농촌 발전 추진), ▲농촌개발(乡村建设) 안정적 추진(농촌개발 추진 체계 완비, '농촌지역 정주환경 정비·업그레이드 5년 행동' 지속 추진, 농촌지역 기초공공시설 건설 추진, 스마트농촌 건설 추진, 현(县)지역 단위의 기초공공서비스 통합 추진), ▲농촌거버넌스 개선(농촌지역 기층조직 건설 강화, 농촌지역 문명사회 건설 플랫폼 구축, 법치 농촌 건설) 등이다.


문건에서는 이상의 중점 추진 과제들과 함께 재정투자 확대, 농촌진흥 관련 금융서비스 강화, 농촌진흥 인력 육성 강화, 농민의 재산권 관련 제도개혁(토지도급 기한 30년 2차 연장 시범사업 실시 등) 추진을 4대 보장 조치로 제시했다. 그동안 삼농 문제를 주제로 발표된 중앙1호문건을 보면 통상 해당 시기에 중점 추진하는 농정 과제들을 망라하는 특징이 있다. 다만, 해마다 문서상 배치 순서를 달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조하고픈 어젠다나 이슈를 부각해왔다. 


올해 중앙1호문건은 먼저 식량안보 이슈를 제일 앞에 배치하고 이와 관련한 정량 목표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심각한 인구압력을 받는 중국 입장에서 식량안보는 줄곧 최우선 농정과제이자 국정과제이다. 최근 코로나19 펜데믹, 미중 무역분쟁, 자연재해 등 돌발상황에 따른 글로벌공급망 훼손 시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식량안보 이슈를 재차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식량 생산량 6억 5천만 톤 이상, 경지 면적 18억 무(亩; 약 1억 2천만 ha) 이상, 우량농지 1억 무(亩; 약 670만 ha) 조성, 고효율 절수관개 누적 면적 4억 무(亩; 약 2,670만 ha)를 달성하고, 동북지역 흑토지대에서 8천 만 무(亩; 약 533만 ha)를 대상으로 토양보호 경작을 실시하도록 했다. 식량재배 농가의 생산 의욕 고취를 위한 2022년도 벼와 밀의 최저수매가격 인상 방침도 명시했다.


다음으로 지난해에 종자산업의 진흥을 특별히 강조한 데 이어 올해도 농업현대화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농업과학기술의 혁신 차원에서 종자산업의 진흥을 부각했다. 특히 지난해 개정되어 올해 3월 1일 시행되는 신「종자법」의 관철을 위해 실질적인 파생품종 제도 구축, 종자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권리 침해 등 위법행위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식량안보 이슈에 자리를 내줬지만 빈곤탈피 관련 이슈를 세 번째에 배치해 여전히 중시하고 있는 이슈임을 부각했다. 지난해 중국은 농촌지역의 절대빈곤 인구 9,899만 명이 빈곤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중국몽의 첫 번째 100년 목표인 샤오캉(少康)사회를 실현했다고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를 반영해 2021년도 중앙1호문건은 빈곤탈피 관련 이슈를 제일 앞에 배치한 바 있다. 지난해 빈곤탈피 지역에서 5년 동안의 과도기를 설정해 정책적 지원을 강조한데 이어 올해도 대규모의 빈곤회귀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지원 조치를 명시했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중국에서 삼농 문제를 주제로 한 중앙1호문건 발표가 19년째 이어지고 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전례가 없는 일로 중국에서 ‘중앙1호문건’은 이제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의 삼농 문제 중시 정책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농 문제를 다룬 중앙1호문건의 발표를 그저 연례적인 상징적 퍼포먼스쯤으로 여길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중앙1호문건은 곧 중국의 최우선 국정과제라는 등식을 상기해보면 19년째 삼농문제 해결이 최우선 국정과제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 만큼은 변함이 없다.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농업·농촌을 생각해보면 나름 부럽기도 하고 어쩌면 참고할 만한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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