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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노동력 부족, 지방자치단체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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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22년 2월 9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초부터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는 통계청의 발표도 있었다. 물가 상승이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의 지난해 5월 물가 상승률은 5%를 넘더니 12월에는 7%에 이르렀다. 이에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수준이라고 한다. 물가 상승 때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메뉴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소비자 장바구니를 무겁게 한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대표적인 품목 458개에 대해 소비자 소비 비중을 고려해 가중치의 합이 1000이 되도록 구성돼 있다. 그중 농산물은 53개 품목, 가중치 43.8, 축산물은 6개 품목 27.6, 수산물은 15개 품목 12.4다.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 농축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8%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 지난해 12월 축산물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약 14.7%, 농산물은 5.4% 올랐다. 같은 기간 외식비는 4.8%, 석유류는 무려 24.6%나 올랐다. 


농가들의 입장에서는 농산물 가격 상승분만으로는 외식비를 감당하기 빠듯하고 축산물 가격 상승분 역시 석유 가격상승을 감당하기 어렵다. 물가가 상승하면 도시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이면서도 소비자인 농업인들의 부담도 증가한다. 그런데 마치 물가 인상의 주범이 농산물이고 온 국민이 물가 상승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농업인과 관련 업계는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양, 왜곡된 보도가 쏟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농산물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라 농산물 생산비도 적지 않게 올랐다. 사료, 비료, 농약, 종자, 광열비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농가가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이 농업 노임이다. 코로나19가 확산돼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했던 농업 생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외국인 일당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는 오른 것 같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임을 올려 주더라도 제때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오기로 약속했다가도 다른 곳에서 노임을 조금 더 쳐 준다고 오지 않아 농사를 망쳤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노동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단지 농가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농가가 영농규모가 줄어 생산량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농산물 전반 가격을 상승시키는 과거에 겪지 못한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외국인 노동력을 합법적으로 확보하는 대표적인 방안으로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제가 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가 외국인 근로자 총수를 정하고 농어업 경영체나 중소기업에 배정하는 제도로 최장 5년간 고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각 산업마다 쿼터를 배정하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농업부문 쿼터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계절근로제는 농업부문에 특화된 제도로 1개월 이상 5개월 이내로 고용할 수 있다. 그런데 계절근로제는 농업경영체가 단독으로 확보할 수 없고 시·군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해당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법무부에 신청해 배정받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법무부도 농업부문 외국인 노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계절근로제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부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계절근로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아직 많은 지자체가 농업노동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지 계절근로제 도입에 미온적이다. 보다많은 지자체가 농업인과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계절근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돌아오는 봄 노동력 문제로 고심하는 우리 농가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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