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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의 올바른 이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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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종인

농민신문 기고 | 2022년 1월 14일
김 종 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


쌀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1월초 현재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 판매가격이 20㎏당 5만원 내외, 소비자 구매가격이 5만5000원 내외다. 과거와 비교해 낮지 않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풍년에는 쌀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2021년산 쌀값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풍년이라도 수확기는 농협 등의 RPC가 한해 동안 판매할 쌀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2021년산 쌀의 경우 쌀값이 폭락했던 2015년산 수확기와 가격 하락 속도가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도 쌀값 하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말에 대책을 발표했다. 2021년에 생산된 햅쌀 388만여t 중 우리 국민이 연간 필요로 하는 신곡 수요량 361만t을 제외한 과잉물량 27만t을 격리하는데, 우선 20만t 매입 계획을 올 1월 중 발표하고 잔여물량 7만t은 추후 시장 상황 등 여건에 따라 매입 시기를 결정한다는 것이 대책의 골자였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쌀값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연말이 다 지나서야 대책을 발표했다. 사실 여기에는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다. 2020년에 정부는 농업분야 직불제를 크게 개편했다. 2005년부터 시행됐던 쌀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공익직불제는 쌀직불뿐 아니라 밭직불, 조건불리직불까지 대체하는 제도다. 이러한 직불제 개편은 2020년 농업예산의 6분의 1에 가까운 2조4000억원이 배정될 정도로 커다란 정책 변화였다.


이 과정에서 농가들은 쌀직불제 폐지로 쌀 소득 감소 우려가 크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2020년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일정 기준 이상의 과잉공급(과잉물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단경기나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다만, 2020년산과 2021년산 쌀에 대해서는 전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에도 매입 가능)이 발생하면 정부가 과잉물량을 매입(시장격리)하는 대책을 10월15월까지 수립하도록 했다.


그렇다면 풍년으로 공급과잉이 예상됐고 가격 하락폭도 매우 컸던 2021년산 쌀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대책 발표가 늦어졌을까? 이는 생산량이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전년보다 높은 상황이 수확기 초기인 10월 한달간 계속된 영향이 크다.


수확기 초기, 물량 기준으로는 과잉 조건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 상황과는 배치되는 방향으로 쌀값이 형성되면서 정부는 재정지출을 수천억원 넘게 동반하는 격리 결정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낀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결국 가격 하락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12월말이 돼서야 정부는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매입 계획이 발표된 것은 쌀산업 참여자들의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수급 상황에 맞게 수확기 초기 쌀값이 형성됐다면 훨씬 더 빠르게 시장격리 조치가 시행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가격 급락도 일정 부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20년 양곡관리법 개정은 쌀직불제 폐지에 따른 쌀 소득 감소를 최소화해 국민의 안정적 식량 확보에 이바지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농업분야에 새롭게 도입된 이 제도를 본래 취지에 맞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업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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