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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업 재해 안전망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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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2년 1월 7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농업은 광업, 건설업과 함께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3대 위험 산업 중 하나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 통계를 보면 2019년 농업 분야 재해율은 0.81%로 전체 산업 평균 재해율 0.58%의 1.5배에 달한다. 농업인은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농작업, 농약을 비롯한 다양한 화학 물질의 노출, 축사 및 비닐하우스 내 미생물 노출, 옥외 작업 시 온열과 분진, 다양한 농기계 보급으로 인한 사고 위험 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또한 농업인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층이어서 한 번 사고가 나면 회복이 어려워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농기계 사고는 중증 재해로 갈 위험이 높지만 그에 비해 안전 예방이 미흡해 재해 취약성이 크다.


농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농업인이 안전·건강해야 하고, 이를 위한 농업 재해 안전망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농업 재해 안전 대책으로 모든 사업에 적용되는 산재보험과 정책보험 형태로 ‘농업인안전보험’과 ‘농작업근로자안전보험’이 운용되고 있다. 전체 농업인의 64.8%가 가입해 있는 농업 정책보험은 산재보험 미가입 소규모 사업장과 자영농업인, 65세 이상 고령농업인 사각지대를 해소하며 사회보험의 보완적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급부가 낮고 생애주기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사회안전망의 보완제 역할을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책보험의 재해 보장 기능 강화와 함께 산재보험에 농업 부문이 온전히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농업 재해 안전 대책의 핵심방향이 되어야 한다. 보편적 사회보장 제도 바깥에서 농업의 특수한 재해 보장 제도를 강구하는 것은 제도의 안정성과 실효성 문제뿐만 아니라 농업에 대한 ‘배려’로 인식되어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 2020년부터 자영농업인과 5인 미만 소규모 농업경영체도 임의가입이 가능하도록 산재보험 가입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러나, 농업인 스스로의 안전 의식과 가입 의지가 따라주어야 하므로 가입 확대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산재보험 제도는 재해 보장뿐만 아니라 재해 예방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 재해 취약성이 큰 농업 부문의 산재보험 확대는 재해 예방 체계의 확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령화로 인해 농작업 질환의 인과성 규명이 쉽지 않고 재해에 대한 피해 정도가 큰 농업의 특성상 사후 보상뿐 아니라 농작업 사고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안전관리 체계가 농업 부문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농작업 특수성을 고려한 안전수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농업안전보건센터의 역할이 크다. 농업안전보건센터는 농업인의 직업성 질환에 대한 조사와 연구, 농업 안전보건 교육 및 홍보 등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2013년부터 권역별로 대학병원이 위탁받아 운영해 오고 있다. 권역별로 5개 센터가 지정되어 있고, 허리질환은 강원대병원, 무릎골관절은 조선대병원, 상지 근골격계 질환은 경상대병원, 농약 중독은 단국대병원, 농작업 관련 손상 질환은 제주대병원 같이 질환별 전담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농작업 유형별 검진과 모니터링, 농작업 현장에 대한 조사‧분석을 통해 각 센터가 구축한 데이터들은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농작업 유형, 필수 안전 장비, 개발되어야 할 편의장비, 노동과 휴식시간 배분 등의 세부적인 농작업 안전 수칙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자료로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농작업 질환과 재해의 종류가 다양하고, 지역별로 작목 재배가 특화되어 농작업 환경이나 작업행동이 달라 현 5개소보다는 더 많은 센터의 확충이 필요하다. 개소당 3억원이라는 적은 예산, 3년 단위로 재지정하는 운영 지침도 개선되어야 한다. 농작업 질환을 규명하고 안전 수칙을 확립하는 것은 장기적인 추적 연구와 시행의 축적이 필요하므로 연구의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3년마다의 재지정과 소규모 예산은 안정적 인력 운용, 특히 직업보건서비스에 특화된 전문인력의 결합이 쉽지 않아 실효성 있는 운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현행 5개소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농작업 재해 안전망은 재해의 사전 예방 체계 확립과 사후 보장 제도의 강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사후 보장 제도 강화는 물론 사전 예방 체계 확립은 더욱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다. 농작업 재해 안전망 강화에 정부의 깊은 관심과 노력이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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