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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이 넘어야 할 ‘위기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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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12월 6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개인이나 가정, 기업과 산업, 심지어 국가도 중요한 시점에 반드시 넘어야 할 ‘위기의 산’이 있다. 위기의 산을 잘 넘으면 기회의 땅, 평탄한 미래가 기다린다. 그렇지 않으면 궁지에 몰려 고난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져 파멸할 수도 있다.


기후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세계적 공조와 협력, 국력을 집중해야만 넘을 수 있는 험산준령이다. 국내 양극화 위기와 국제적인 지정학 위기도 넘어야 할 높은 산임은 분명하다. 이런 중대한 위기는 지금 당장 준비해 대응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난관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농업·농촌이 직면한 ‘위기의 산’도 무시할 수 없는 높은 산이다. 지금부터 철저하게 준비해 대응하지 않으면 크나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농업 생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기후위기와 노동력 위기, 과소화로 인한 농촌공동체 위기는 차기 정부가 맞닥뜨릴 중대한 ‘위기의 산’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우리나라 농업생산 지도를 바꾸고 있고 품목에 따라서는 수급 정책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는 직결돼 있는 만큼 위급 상황임을 인식하고 식량자급률 제고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이미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기 때문에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실질적인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농업부문에 사용되는 연료를 전기·수소 등으로 바꾸고, 영농법도 바꿀 수밖에 없다. 가축분뇨의 자원순환과 저메탄 사료 보급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가적 탄소중립 선언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 영농을 하는 농민들은 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하거나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세부적인 농업정책 추진에 일일이 반영할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농민들이 현실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농업노동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력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노동력 수급 균형이 완전히 깨졌다. 2년 전만 해도 일당 8만원선이던 인건비가 1년 만에 12만원이 되고, 올해는 14만∼15만원으로 급등했다. 농작물 재배와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비싼 인건비를 감수해 고용하려 해도 인력난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농업인력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늘·양파를 비롯해 웬만한 노지작물은 기계화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시설원예와 축산은 정밀농업·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책의 집중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대적으로 농업인력 수급 플랫폼을 만들어 외국인 노동력뿐 아니라 국내 노동력을 최대한 유인해 농가와 촘촘히 연계해야 한다.


농민과 농촌주민의 고령화 심화와 젊은이들의 이농으로 농촌 빈집이 늘어나고 황폐화하는 지역이 발생해 농촌 공동체가 무너지는 문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지역소멸이나 지방소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너나없이 쓰고 있지만 국토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에는 그리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이와 같은 표현에는 정치적이며 의도적인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농촌의 과소화와 공동체의 약화는 정책적으로 깊이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농촌은 농민만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생활공간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 농촌문제를 다뤄야 한다.


4차산업혁명 기술과 디지털 전환도 농업·농촌에 시나브로 스며들고 있다. 디지털 양극화는 농업 생산과 유통의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적 관심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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