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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디지털 유통의 정점, 도매시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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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성우

농수축산문 기고 | 2021년 8월 3일
김 성 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985년에 설립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은 농가의 수취가격을 보장하고 농산물의 제값을 받기 위함이었다. 그 당시 농촌에서 얻을 수 있는 세상의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마을에 몇 대 없는 전화기, 부족한 TV, 라디오에 의존하거나 시간이 지난 신문을 보는 등이 전부였다. 그리고 위탁상들이 건네주는 얘기.


당연히 정보는 비대칭일 수밖에 없었고 위탁상이 전하는 일방적인 시세 정보는 농가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정보였다. 독점적인 정보는 늘 문제가 발생한다. 농가가 위탁한 농산물의 판매가격은 상인들에 의해 결정됐다. 농가와 거래한 가격보다 실제 거래가격이 낮았다고 말하면 농가는 그저 수고롭게 팔아준 상인들에게 고맙고 감사해했다. 농사는 농업인들이 지었지만 실제 수익은 상인들이 훨씬 높았음에도 말이다.


공영농수산물도매시장 설립으로 농가를 대신해 팔아주는 도매시장법인이 생겼고 경매를 통해 낙찰 받는 구매자인 중도매인도 생겼다. 도매법인은 수익구조가 거래금액의 수수료이기 때문에 농산물을 높게 팔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여서 경매제도는 농업인을 위한 최적의 제도였다.


1999년 공영도매시장에 전자경매가 도입이 됐다. 수지식 경매에서 응찰기를 이용한 전자식 경매로 바꿔 투명성을 높이고 자료나 데이터 관리, 정산 등 경매 이후의 일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당시 전자식 경매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전자식 경매가 도입되면 경매 시간이 오래 걸려 농가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경매제도가 무너진다는 의견이었다.


2019년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쳤다.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도 바뀌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보고 만지고 맛을 보고 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크게 늘었다. 플랫폼 기반의 대형유통기업들을 중심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역농협이나 통합마케팅조직, 농산물 공급업체(벤더)들은 기존의 도매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에서 온라인 판매로 출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 청과물 생산량의 50%를 경유하는 곳, 디지털 유통 확대 등 최근 급변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서도 변화하지 않는,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요즘에도 대면으로 거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든 농가들이 스마트폰으로 농산물 시세를 실시간으로 보고 예측 가격까지 정보를 얻음에도 변하지 않는, 1985년 설립됐던 그대로, 1999년 응찰기를 이용한 전자식 경매 그대로인 공영도매시장. 농산물 디지털 유통의 정점은 도매시장이어야 한다.


최근 유통은 O2O에서 O4O로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관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협업하는 관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거래된 후 오프라인에서 교환이 되고, 오프라인에서 본 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지역 한정, 품목 한정, 구매자 한정, 출하자 한정 등도 디지털 유통에서는 해결이 가능하다.


도매시장 간 전송 비율이 15% 이상이라고 하는데 디지털 유통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특히 디지털 유통으로 통합물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방도매시장이 안고 있는 물류 문제도 해결 할 수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동일한 정보로 거래가 가능해진다. 내가 팔고 싶은 농산물의 가격을 내가 정할 수 있으며 팔고 싶은 대상도 정할 수 있다.


현재 온라인 B2B(기업 간 거래) 거래소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협에서 운영 중에 있으며 일부 도매시장의 도매법인도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 마스터플랜을 세워 농산물 디지털 유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985년에 농업인을 위해 세워진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이 급변하는 유통환경, 코로나19로 인한 바이러스 환경에 디지털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존의 제도에 안주하고, 변화가 두려워 바꾸지 않는다면 피해는 결국 농업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농업인을 위해 세운 도매시장, 디지털 유통의 정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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