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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꽃가게와 화훼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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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3월 3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몇달 전 서울 용산역에 예쁜 꽃가게가 생겼다. 눈에 잘 띄는 코너에 있다보니 바쁘게 역을 오가는 사람들이 선물용으로 포장된 꽃을 사는 모습을 종종 본다. 밤늦게까지 열려 있어 이용하기가 매우 편해 보였다. 업무차 방문한 전북 익산역에도 승객이 자주 오가는 공간에 꽃가게가 자리했다.


최근 가족과 함께 다녀온 경기 가평 자라섬 꽃정원에는 아름답게 꾸며놓은 꽃양귀비·수레국화·네모필라·페튜니아·유채꽃 등이 가득했다. 꽃 천지와 꽃향기에 눈이 호강하고 정신까지 취해 맘껏 힐링하고 돌아왔다.


꽃은 사람의 오감을 자극해 정서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눈으로 보며 아름다움을 즐기고, 꽃향기에 취해 기분도 좋아진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누구나 꽃의 소중함을 느끼지만 정작 꽃을 재배·판매·소비하는 화훼산업의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2018년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는데도 국내 화훼산업은 왜 점점 더 위축되는 걸까? 화훼 재배농가수와 재배면적은 2005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액도 1조원을 넘었던 2005년과 비교하면 지금은 50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이는 중국·네덜란드·대만·태국 등으로부터 화훼류 수입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꽃 소비 생활화가 정착되지 못한 결과다. 우리나라는 화훼 소비를 졸업·어버이날 등 특정 행사에만 기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청탁금지법(김영란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무시할 순 없다.


그나마 정부가 2019년 8월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재사용 화환표시제’를 도입, 화훼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행이다. 또한 최근 꽃가게로 개업·창업하는 수가 폐업하는 수보다 많은 것도 꽃소비 확대와 생활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국민 1인당 꽃 소비액이 2005년 5만2000원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는 우리의 꽃 소비 생활화가 아직 요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대로 화훼산업을 포기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화훼산업은 생산액이 1조원이 되지 않는 영세산업이다보니 그동안 정부도 이를 거의 신경 쓰지 않아 산업 위축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화훼산업에 관심 갖고 소비자가 꽃가게를 편하게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섬세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필자는 가끔 꽃가게에 들러 꽃병에 꽂을 절화를 산다. 그런데 꽃가게에 들러도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꽃 가격이 들쭉날쭉한 데다 적당한 가격인지 알 방법이 없어 살 기분이 좀체 나지 않는다. 화훼산업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꽃가게에서 소비자가 꽃을 많이 사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민이 즐겨 사는 꽃을 대상으로 가격표시제를 실시하면 어떨까. 꽃가게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일 때와는 다르게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용산역·익산역 꽃가게와 같이 역사의 핵심 코너에 꽃가게를 개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나고 헤어지는 연인과 지인들에게 꽃을 선물하거나 귀가할 때 꽃을 쉽게 사갈 수 있는 점포가 있다면 꽃 소비 확대를 이끌 것이다.


한편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돼 있는 지역농수산물 직판장을 생각해본다. 일본은 농수산물 직판장이 전국 1100여개 도로휴게소(미치노에키) 건물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반면 우리는 여행객의 동선과 전혀 맞지 않은, 주유소 옆 외진 곳에 조그만 점포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팔려면 팔아보라는 식으로 자리를 내준 한국도로공사의 무관심과 형식적 태도가 화훼산업을 살리는 일에 되풀이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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