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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문제 해결, 선결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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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영훈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1년 5월 21일
김 영 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은 작년 발행된 보고서에서 북한을 식량 부족국으로 재차 지정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특별지원이 필요한 취약국가 중 하나로 북한을 적시했다. 북한의 자성도 있었다. 올해 열린 노동당 주요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농업의 실적과 새로운 계획에 대해 “허풍”이라 질타했다. 또한 “농업은... 어떤 대가를 치뤄서라도 반드시 결실을 봐야 할 국가 중대사”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걱정하고 북한이 고민하는 농업과 식량 문제는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 25년간 북한은 이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2000년 들어 농업을 경제발전의 ‘주공전선’으로 삼고 농업생산 증대에 최우선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저생산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혁 부진과 자본 부족이 생산성 향상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스스로 실효성 있는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모자라는 자본과 기술을 국제사회로부터 도입해야 했지만, 이는 오랜 기간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북한은 시장 지향적 농업개혁을 모험이라 여기고 주저했다. 국제사회는 북한 사회주의 집단농업의 효율성에 의문을 품고 투자지원에 소극적이었다. 이 문제는 2016년 북핵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더욱 심화되었다.


이 체증의 해소 기회를 잠시나마 열어준 것은 2018년 연이어 개최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다. 남·북·미 3국은 연쇄 대화를 통해 여러 차례 합의서를 채택하여, 함께 비핵화와 평화를 추구하고 이에 필요한 실무적 조치를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이로써 남북한은 관계 정상화와 동반 발전이라는 선순환 기회 포착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이듬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대화가 더 진전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3국이 대화 재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희망과 기대는 지속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 농업계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의 농정개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마침 출범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남북 농업협력 과제도 함께 다루기로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위원회는 지원, 개발협력, 기술교류, 교역과 투자협력 등 농업 분야의 대북 협력과제를 심층 논의했으며 그 결과를 정리해 정부에 제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몇 가지 제안으로 한정되었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면서 추진 가능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특징이 있다.


요컨대 그 제안의 골자는 북한이 당면한 식량부족을 직접 지원 해법으로 완화하는 한편, 북한 농업의 체질을 강화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팅 농업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동하자는 데 있다. 이는 남북 농업협력의 첫걸음으로서 중요하며 공동의 농업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초조건으로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2020년이 지나면서 상황은 좀 더 어두워져 보인다. 대북 제재의 지속과 그 부정적 효과의 누적,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한반도 해빙 이슈의 소외, 북한의 국경 봉쇄 지속 등은 단절과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으로부터 ‘자력갱생’과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다시 들려오고 있다. 이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며 이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고립과 단절 상태에서는 협력 추진에 명백한 한계가 있으며 어떤 협력도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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