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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목적에 위배되는 유기질비료내 미세플라스틱 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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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1년 4월 23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


‘헌법’에 보면(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로 돼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에서는 “토양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 토양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토양생태계를 보전하고, 자원으로서의 토양가치를 높이며,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농지법’에 의하면,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전되어야 하고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료관리법’에서는 “비료의 품질을 보전하고 원활한 수급과 가격 안정을 통하여 농업생산력을 유지·증진시키며 농업환경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명기하고 있다.


농지에 관련된 앞의 4개 법들의 내용을 간략해 보면,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필요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농작물 생산에 필요한 비료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며, 관련법에 제시하고 있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전”하고 “농업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농지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격규정은 관련법에도 명기돼 있다. 비록 농산물 생산을 위해 개별적으로 이용, 사용하고 있지만 농업생산과 환경에 위해가 되는 행동은 규제의 대상이 된다. 농지가 농지로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규제되도록 돼 있다. 농지는 미래 농업을 위해서 보전되고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 농업과 환경보호 차원에서라도 농지는 적절하게 보호, 보전돼야 하는데 이에 배치되는 행위가 법에 따라 현장에서 발생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음식물 폐기물 분말을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하게 되면, 여기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 투입이 동시에 이뤄진다. 대체로 5㎜이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본다. 정부에서는 유기질 비료 생산에서 음식물 쓰레기 건조분말내 미세플라스틱 2㎜이하의 혼입을 허용하고 있다. 비닐이 농지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용규정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매우 유해한 물질인데도, 여러 사람들이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농지에 투입된다.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농작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 대단히 중대한 문제이다. 2020년 7월 14일자 사이언스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CAS) 과학자들은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우리가 먹는 채소를 포함해 식용 작물들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루오 교수는 “상추와 밀 뿌리의 옆면 새 잔뿌리가 나오는 부위의 틈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흡수될 수 있다”며 “이 미세플라스틱들은 뿌리에서부터 작물의 식용 부위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학교 안윤주 교수 연구팀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토양 내에서 생물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고 생물 행동을 교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톡토기(springtail)는 토양 속에서 곰팡이 등을 분해하는 벌레로 이 톡토기가 만들어낸 생물공극 내로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되면 이 공극이 채워지고, 그러다 보면 톡토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방해받는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이 흙에 유입되면 어느 하나 좋을 것이 없다. 생태계에 이득이 되는 요인이 아니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해칠 개연성만 클 뿐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토양의 질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법에서 명기한 바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질비료라는 이름으로 농지에 미세플라스틱의 투입을 허용하고 있다. 농지와 농작물, 나아가 사람에 대한 위해의 여지가 속속 밝혀지는데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늦지 않도록 입법이 필요하다면 국회에서, 시행과 관리상 관련 규정과 규칙이 필요하다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 등에서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우이독경(牛耳讀經)이 아니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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