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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과 유기비료지원정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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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영농자재신문 기고 | 2021년 3월 12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



인류의 미래는 환경문제를 어떻게 생태학적으로 잘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원의 수탈과 고갈. 사용 후 버려지는 정화능력을 벗어난 쓰레기와 폐기물. 화석연료사용으로부터 야기된 지구온도의 상승과 이상기후의 빈발. 농산물 생산의 불안정성 증대와 식량부족 사태. 미세먼지와 호흡기 질병. 가히 인류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러한 현상과 문제에 농업도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농업도 다양한 지구적 문제의 원인자로, 때로는 피해자로서 연관되어 있다. 20세기까지의 농업의 발전은 기술 중심의, 즉 효율적인 투입자원의 사용증대를 통한 농산물 생산량의 증대를 통해 이뤄져 왔다. 당연히 농업과 관련 환경문제는 무시되어 왔다. 무기농약과 비료의 증투, 화석연료와 자재의 사용 강화, 각종 화학 투입자재 폐기물의 양산 등 비 환경 친화적인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지구 환경문제에 대응하여 농업부분도 환경 친화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은 줄곧 있어왔다. 하지만 전격적이고 강조된 전환점은 1972년 스톡홀름 국제회의에서의 ‘유엔인간환경선언’과 20년 후 1992년 리오선언과 이의 실천 강령으로서의 ‘Agenda 21’이 채택되면서라고 여긴다. ESSD(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가 미래 세계경제의 화두가 되었다. 친환경농업 내지는 유기농업이 정책의 중요한 자리로 매김 되기 시작한 시기도 1990년대 초반이다.


환경중시의 다양한 농업정책 가운데 하나는 땅을 살리자는 것이다. 모름지기 농사의 출발은 땅을 거름지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부터이다. 사람으로 보면 건강한 육체가 바람직한 삶의 출발인 것과 같다. 하지만 그동안 무분별한 무기질비료와 농약사용, 농기계사용 등으로 인해 땅은 망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경탈농업으로 인해  피폐된 땅을 살리는 것은 환경 친화적, 내지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출발이며 나아가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초이다.


우리 정부는 땅심(농작물을 길러내기 위한 기운과 활력)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부산물, 유기질 비료의 공급을 독려해 오고 있다. 1998년 포(20kg)당 1000원씩 지원해온 이래 중앙정부의 지원액이 한해 1600억원을 상회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1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연간 약 350만톤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당연히 농토는 비옥해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땅심 돋움에 직접적인 유기질비료지원 사업비가 줄어들고 있다. 국고 지원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200억원 이상 삭감되었다. 중요한 정책내용의 변화이다. 정부의 유기질 비료지원사업의 축소가 환경 친화적 혹은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중요도의 줄어듦으로 이어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지속가능성, 달리 표현하면 미래 세대를 고려한 땅심 살리기는 개별 농가의 경우 선 택이 어렵다. 개별적으로 하려면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그러나 그로인한 수익은 농민에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땅심을 살려서 미래 농민들에게 물려주고자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농민들의 경제, 사회적인 노력에 보상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유기질 비료투입을 보조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 정도라도 지원해야 농민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작금의 유기질 비료지원정책의 후퇴로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되살아나고 있는 땅심의 강화가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농지의 개발은 불가역적이다. 비농지로 사용된 토지를 농사에 적합한 땅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하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망가진 땅심을 살리고 유지하는 것도, 비록 불가역적은 아니지만,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피폐된 땅을 정성 들여 살려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살렸다고 하더라도 유지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지속가능성이 작아질 수도 있다.


유기질 비료, 특히 가축분 비료의 생산과 사용감소는 경축농업의 한 연결고리를 약하게 할 수 있다. 축산 부산물을 이용해서 가축분퇴비가 만들어지고 이를 땅에 넣어 농사짓기를 돕고 있다. 이를 ‘경축순환농업’이라고 하면서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순환농업은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리가 끊길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무기질 비료로 비료사용 행태가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민들의 당연한 선택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친환경 농자재지원정책은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득도 낮고 생활여건도 좋지 않은 농민들에게만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땅은 공공재적인 성격이 있는 환경으로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직불제로 정책자금을 전환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한 땅이라는 공공재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대상과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비용을 정부에서 분담해야 한다. 여전히 농지, 땅을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준다는 정부의 생각이 얇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출발은 적어도 지금, 내지는 지금보다 좋은 땅을 미래 농민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지향가치는 간단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기질 비료정책을 강화하고 유기질 비료의 공급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농민들에게만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땅 살리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지만 망가뜨리는 것은 하루아침에도 가능하다. 정부는 유기질 비료지원정책의 정체성을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정립하고 강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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