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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추산업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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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석현덕

농민신문 기고 | 2021년 3월 5일
석 현 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국 대추 생산량 증가 추세…주산지로 떠오른 신장지구

중국의 전통적인 대추 주산지는 허베이성·허난성·산둥성·산시성 등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신장지구가 새로운 대추 주산지로 급부상했다.


신장지구의 대추 생산량은 2005년 이전만 해도 중국 전체 생산량의 1%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18년 중국 지역별 대추 생산량만 봐도 알 수 있다. 신장지구의 생산량이 361만t으로 2018년 전체 생산량(735만t)의 절반에 가깝다. 나머지 지역의 생산량은 섬서성 88만t, 허베이성 77만t, 산시성·산둥성 66만t, 허난성 25만t 등이다.


중국 내 대추 생산량도 신장지구의 급격한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2012년 543만t에서 2018년 735만t으로 7년간 약 191만t 증가했다.


신장지구 자치정부는 대추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대추산업 육성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육성정책이 대추 최소가격 보장제도다. 이는 다른 성 정부와는 차별화된 정책으로 대추 생산농가들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신장지구 자치정부의 과감한 정책 지원은 신장지구가 기존 대추 주산지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중국 내 최대 대추 주산지로 우뚝 서게 된 원동력이 됐다.


사막에 꽃 피운 대추산업…비결은 역발상

반건조지역, 즉 사막지역과 다름없는 신장지구에서 어떻게 대추를 생산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신장지구는 건조지역의 불리함, 즉 기후의 불리함을 역이용해 생산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신장지구를 방문해보니 남부의 중심도시이자 신장의 농업 중심지인 호탄시 근교의 대추밭은 밀가루같이 고운 모래가 덮여 있었다. 마치 사막에 대추나무를 심어둔 것 같았고 이런 토양에서 대추나무가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황량했다.


하지만 대추농가를 방문해보니 의문은 쉽게 풀렸다. 대추나무 밑에 점적관수를 위한 가느다랗고 검은 플라스틱관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과 양액을 적시에 필요한 만큼 줄 수 있도록 모든 대추밭에 관수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사막지역이라 건조한 공기로 인해 병해충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엄청난 강점으로 보였다.


대추나무의 높이가 2m를 넘지 않는 저수고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대추나무 대부분이 성인 키 높이에 불과했다. 가지치기나 수확할 때 사다리를 쓸 필요가 없어 노동력과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산지 농민들의 설명이었다.


수확철이 되면 나무에서 완숙한 후 물을 차단해 자연건조하고, 이후 나무에서 떨어지는 대추를 한꺼번에 수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맛과 당도는 뛰어났다. 일조량이 풍부한 사막기후에서 키운 것이어서 그런지 한국산 대추보다 당도가 더 높았다.


다양한 가공품으로 소비자 유혹…냉동대추 찾아보기 힘들어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추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세계 대추 생산량의 98%를 차지하고 생산량의 80% 이상을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대추를 태양이 선물한 비타민으로 생각하고, 약제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소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추는 중국 내 소비가 견고하고 이러한 내수시장은 중국의 대추산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대추는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형태로 소비된다. 생과 형태로도 소비되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가공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신장 우루무치시 대형마트에선 대추 젤리, 대추 우유, 대추 요구르트, 대추 호두, 대추 건포도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남녀노소 구별 없이 이같은 가공식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신장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호탄시의 캉다과원유한공사 건대추 가공공장에도 방문했다.


이곳은 특별한 가공제품을 만들기보다 선별·세척·건조·저장 등 기초 가공작업을 하는 곳인데, 한국의 몇몇 업체가 신장대추를 수입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검역 등 문제로 수입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냉동대추는 중국 현지에선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일부 업체가 한국 수입업자들의 요구에 따라 대추를 냉동한 뒤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내 소비 지형 변화…수출로 눈 돌리는 대추산업

하지만 최근 중국 대추산업에선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농촌지역의 가난을 해결하고 농촌사회의 활력을 부여하는 산업으로 대추산업을 적극 육성해왔다. 대추 생산성을 올리고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분야에도 꾸준히 지원했다. 중국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나 사업들은 대추나무 식재 면적을 늘리는 데 기여했고, 그 결과 중국 내 대추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대추 소비량은 젊은 세대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거의 정체돼 있다. 2011년부터는 공급량이 소비량을 초과해 가격이 점진적으로 떨어졌고, 요즘에도 중국 대추산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대추 소비 침체와 그로 인한 가격 하락 등은 수출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대추 유통의 중심지인 창저우시에서는 대추 수출에 어려움이 될 만한 것을 제도적으로 해결해주는 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급격히 증가하는 해외직거래를 통한 온라인 판매도 대추산업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냉동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대추와 더불어 온라인 해외직구가 너무 쉬운 환경을 고려해볼 때, 품질도 좋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신장대추는 분명 우리나라 대추산업에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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