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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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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의 희망을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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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정섭

 

얼마 전 시골 길을 지날 일이 있었다. 낮에는 논과 밭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는데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여기 저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대부분 노인들이었는데 한낮 더위를 피해서 집에 있다가 일하러 나오는 모습이었다. 어느 마을 초입에 있는 정자에는 열명 남짓한 노인들이 모여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전국 인구의 9.3%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런데 농촌지역으로 분류되는 읍면의 노인 비중은 전국 평균의 2배인 18.6%이다. 또한 농가인구 중 노인인구 비중은 29.5%이며, 농업경영주 중 노인인구 비중은 36.6%로써 이들 모두 유엔이 정한 ‘초고령사회’ 기준 20%를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대도시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농산물 소비자들은 급속히 서구화선진국화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소비지 농산물 유통도 대형 소매점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농산물 시장도 토마스 프리드만의 “세계는 평평하다”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를 대리하여 생산 농민에게 시장 신호를 전달하는 주체는 대형 유통업체의 구매책임자들이다. 그들은 막강한 거래교섭력을 가지고 판매대에 올릴 농산물의 규격, 포장, 시기를 지정하다시피 한다. 물량도 대량 위주이다.

 

우리 농업의 희망은 근본적으로 시장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한편 정부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농민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장을 향한 생산,’ ‘소비자 지향적인 농정’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소비자와 생산자 간에 생겨난 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생산현장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 현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유능한 농업인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사람이 없이는 경쟁력 강화도 첨단 농업도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내가 아는 현명한 농촌지도자들은 2세들을 농과계 대학에 진학시켰다. 지금 우리 농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인적 자원이다. 부족한 자원에 수요가 몰리고 앞으로 가치가 상승할 것은 상식이다.

 

우리 농업은 세계화에 따른 시장개방 심화, 2014년 이후 쌀 관세화 개방, 중국의 성장, 일반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 등 대내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렇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기회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시장개방은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거의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웃 일본과 중국에도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다수 존재한다. 이 동북아시아 3국은 농식품 소비에 있어서 유사성이 크기 때문에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다.

 

다른 기회 요인은 우리나라가 그 동안 갖춰온 농업인프라이다. 쌀 농사는 전 과정이 기계화된 지 오래되었으며, 수리시설도 상당한 정도로 갖추고 있다. 기술개발 체계도 세계적으로 앞선 편이며, 유능한 연구 인력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중장기 기술개발이 가능하다.

 

도시민들이 농촌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도 기회요인이다. 지난 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촌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도시민의 비율이 50%에 달했다. 여건만 갖춰진다면 도시를 떠나 농촌을 거주지로 삼고 싶다는 의향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의향이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져 농촌이 활력을 되찾고, 생활여건이 개선될 것이다.       

 

금년 초 호주의 농민단체 연합회가 호주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의 제목은 ‘우리의 미래 창조 방안 (Creating Our Future)’이었다. 그들의 미래는 자신들이 만들어 간다고 당차게 주장하듯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미래의 희망인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농업을 직업으로, 농촌을 거주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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