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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나라의 기후대응농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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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나라의 기후대응농업 이야기 






 이준모  컨설월드와이드 대

우리에게 ‘기후 변화’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도시에 살수록 엘니뇨와 라니랴로 대표되는 기상현상을 몸소 느끼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상 기후로 인해 내가 굶을 수 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인도양과 맞닿아 있는 남아시아 국가 방글라데시. 20년 전에는 전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고, 뱅골어로 ‘아름다운 숲’ 이라는 뜻의 남쪽 해안가 지방에 있는 슌도르븐(Sunderban)은 바다에 나무가 자라 군락을 이루는 희귀한 숲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방글라데시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평화로운 나라였다. 하지만, 지난 50년 간 방글라데시에는 심각한 사이클론이 16차례나 상륙했으며,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토지와 농작지가 점점 바닷물에 잠기게 되었다. 만약 ‘기후변화’가 ‘기아’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싶다면, 바닷가 나라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기아 (飢餓)는 배고픔 즉,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서 느끼는 고통이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전 세계의 기아와의 싸움을 지난 50년간 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컨선월드와이드가 태어난 유럽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는 19세기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 2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었고, 100만 명이 해외로 이주를 한 빈곤 국가였다. 예전과 같이 100만명이상이 굶어 죽는 대재앙은 20세기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아는 줄지 않았다. 2015년 굶주리는 사람의 수가 7억 8천 만명이었지만, 2018년에는 오히려 8억 2천만명의 사람이 굶주리게 되었다. 대재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증가한 것이다. 식량이 넘쳐나는 듯 보이는 21세기 지구에는 아직도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잠자리에 드는 사람의 수가 우리나라 인구의 15배가 넘는다.

 

기아의 가장 큰 원인 ‘분쟁’과 ‘기후변화’

아프리카와 중동은 아직도 끊임없는 내전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이주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소말리아, 남수단 등에서는 장기화된 내전이 고착화 되어있으며, 중동에서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예맨 등이 분쟁으로 인한 기아가 악화되어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분쟁이 적은 남아시아는 올해 처음으로 아프리카 보다 세계기아지수(Global Hunger Index)가 더 심각한 대륙이 되었다. 이는 태풍, 홍수, 가뭄, 폭염 등의 자연 재해로 인해 농지가 유실되어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이산화탄소배출과 같이 인간이 만든 요인이 평균 세계 온도를 10년마나 0.2℃씩 올리고 있다. (IPCC 2018a). 폭풍, 화재, 홍수 및 가뭄과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다.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1900년 이후 16~21센티미터 높아졌다. (IPCC 2014) 이러한 기후변화 현상은 식량 생산 및 식량 시스템의 가용성, 접근성, 품질, 활용도 및 안정성을 변화시켜 식량안보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빈곤한 가정일수록 식량 가격 급등에 가장 취약하며, 도시의 빈곤층은 총지출의 최대 75%를 식량구입에 사용하기 때문에 심각한 기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변화는 기존 농법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새로운 접근방법이 요구되는 상당히 까다로운 노력을 요구한다.

 

바닷가 나라 방글라데시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세계에서 가장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로 비옥한 삼각주에 위치해 있지만, 지대가 해수면 보다 낮다. 특히, 남부 해안 지역은 전국 경작지의 30%가 위치하고 있는 곡창 지대이지만, 강력한 사이클론, 홍수 그리고 해수면 상승은 농작지의 침수와 소금물의 지하수 침투로 농작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주식량인 쌀은 온도와 물 염도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해안가 농민들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인구 밀집 도시인 수도 다카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에서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40여년 간 방글라데시에서 기아와 싸워온 컨선월드와이드는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해 왔다.

 

기후변화대응 스마트농업 (Climate Smart Agriculture, CSA)

기후변화대응 스마트농업은 기후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접근법을 뜻한다. CSA의 3가지 목표는 농업생산성과 소득증대 그리고 기후변화에 적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CSA 농업시스템의 차별요소는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실천요강이 아니라 지역적 맥락에 내재된 다른 요소들을 포함하는 접근법이라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기후변화대응 스마트농업은 어떤 맥락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되었을까? 해변 지역인 쿨나 지역에서는 우선적으로 사이클론과 홍수 같은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축대를 건설하여 바닷물이 쉽게 침범하지 못하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였다. 요즘 국제개발협력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회복(Resilience)과 재난위기경감 (Disaster Risk Reduction)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커뮤니티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농법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 한 마을의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마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결성하여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논의하였다.

2. 구성원의 역량을 파악하고, 시장(Market) 조사를 실시하여 가장 적합한 식량가치사슬 모델을 확보했다.

3. 그 결과로 염도에 강한 쌀과 야채의 종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부의 도움을 통해 종자를 바닷물이 들어찬 농지에 심기 시작했다. 파종시기, 관개 등 생산 관리의 변화는 평균 수확량을 7~15% 증가시켰다.

4. 또한, 물이 많이 필요한 벼 농사 지역에 물고기들을 같이 양식하여 벼 농사가 안 될 경우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수입원을 다양화하였다.

5. 어떤 가정들은 어업전문가들의 교육을 받아 바닷물을 활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게’와 ‘새우’ 양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6. 사업의 성과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성공적인 모델을 지역에 확산시켰으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권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새로운 정책으로도 반영을 시켰다.

짧게 단순화하여 설명했지만, 이 일이 성공사례가 될 때 까지는 2~3년 동안의 노력이 여러 번의 실패와 함께 있었다. 지금은 예전과 같이 평화로운 농촌이 모습이 되어 다시금 인간이라는 위엄을 되찾게 되었지만, 각각의 가정이 따로 각자의 문제만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결코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CSA 접근법은 견고하고도 장기적인 솔루션 확보를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 1970년대 이후의 녹색 혁명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공이었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최빈국에서 이제는 식량이 남는 공여국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발달한 농업이 국제사회에 적합하게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 이유는 국제개발협력은 농업기술의 전수 뿐만이 아니라 동반해서 지원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역과 풍토에 적합한 농업 환경과 식량 가치 사슬을 만들어야 비로소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효과적인 기후변화대응 스마트 농법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CSA 접근법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

1. 증거기반 확충(Expanding the evidence base)

증거기반은 국가의 기후변화로 인한 현재와 영향으로 구성되어 있음. 농업 분야의 주요 취약성과 식량안보, 농업과 효과적인 옵션의 식별을 위한 것임. 적응전략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또는 탄소배출량 증가)의 추정치, 비용 및 다른 관행의 채택 장벽에 대한 정보, 생산시스템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이슈,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필요한 정책과 제도적 대응을 포함함.

 

2. 정책 프레임워크 활성화 지원(Supporting enabling policy frameworks)

농업, 기후 변화, 식량 안보 및 토지 사용을 담당하는 프로세스와 기관에 걸친 관련 정책, 계획, 투자 및 조정의 개발을 지원함.

 

3. 국가 및 지방 기관 강화(Strengthening national and local institutions)

농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활성화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지역 기관들은 필수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후변화와 농업에 관한 국제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정책 입안자의 역량을 구축하고 지방정부 당국과의 관여를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

 

4. 금융 옵션 강화(Enhancing financing options)

기후 및 농업 금융과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투자를 연계·융합하는 혁신적 자금 조달 메커니즘은 CSA를 구현하는 핵심 수단임. 녹색기후기금과 같은 새로운 기후금융상품은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촉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 따라서 부문 계획과 예산에 대한 기후 통합은 기후 변화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필수 조건임.

 

5. 현장 차원의 실천(Implementing practice at field level)

CSA에 대한 적응은 지역 농민의 지식, 요건 및 우선순위와 관련이 있어야 함. 지역 프로젝트와 기관은 농부들이 쉽게 채택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적절한 기후스마트 옵션을 식별할 수 있도록 지원함.

 

컨선이 기후변화대응 스마트 농법에 집중하는 것은 컨선의 주요활동국가 및 지원대상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에 살고 있는 극빈층이라는 점 때문이다. 전략적인 CSA 지원은 ‘농업생산성과 소득증대를 통해 극빈층의 식량 불안정에 대한 지역사회 회복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극빈국가의 농촌에 필요한) 기후정의

전 UN의 기후변화특사이자 아일랜드 대통령이었던 메리 로빈슨 (Mary Robinson)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불의(Injustice)는 ‘기후변화에 책임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하며, 우리의 ‘공존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좀 더 쉽게 풀어보자면 선진국의 탄소배출 과다로 인해 농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후진국이 고통받고 있으며, 기존 세대의 환경 착취가 새로운 세대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식량에 대한 접근권 보장’은 기후 정의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기후변화는 최빈국의 기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기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마트대응 농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해답을 이미 알고 있다. 컨선은 기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국제적인 환경단체들과 함께 Green Up, Cool Down 이라는 글로벌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원의 양은 이미 지구의 회복 능력을 넘어서고 있고, 자연재해를 막아줄 나무와 숲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은 예방과 치료를 함께 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그리고, 농업강국 한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컨선월드와이드는 1968년에 아일랜드에서 설립됐다. 당시 나이지리아에서 독립을 하려던 비아프라(Biafra)는 봉쇄조치로 심각한 기근을 겪었다. 굶어 죽어가는 비아프라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두 명의 아일랜드 청년이 이 문제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며 한 척의 배를 보내는 전국민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결과로 컨선월드와이드가 설립되었고 51년이 지난 현재 영국, 미국, 한국에 지부를 둔 아일랜드 최대 인도주의단체로 성장했다. 한국지부는 2015년에 아시아 최초로 설립됐다. www.concer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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