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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지대계 위한 세대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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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농민신문 기고 | 2022년 1월 14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한 뿌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농사짓는 사람의 수는 계속 줄어들고 농사를 업으로 삼겠다고 뛰어드는 청년도 찾아보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70년 248만가구에 이르던 농가수는 2020년 약 104만가구로 감소했으며, 이 기간 경영주가 40세 미만인 농가수는 약 87만가구에서 약 1만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2018년부터 매해 1600∼2000명의 청년창업농을 선발해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다. 그러나 줄어드는 농업인구를 메우는 데서 더 나아가 청년과 함께하는 농업으로 체질을 탈바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승계농의 영농 진입·정착은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승계자가 있는 농가는 전체의 8.4%(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농지·주택·기술·자금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대다수 청년이 무작정 농사를 시작하기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럽고 경영 위험도 크다.


청년농의 성공적인 영농 정착을 위해 우선 해당 사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청년농을 취·창업 준비단계와 창업 실행단계로 구분하고 지원 내용을 달리해야 한다. 준비단계 청년은 다른 농업경영체에 취업해 기술을 습득하고 지역 내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농업경영체에 직접 등록하기 전에 청년 스스로 농업 종사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청년을 위한 영농실습농장 확보·설치, 정착 관련 정보 제공, 관계기관 연계 등 지역밀착형 도움을 줘야 한다.


실행단계 청년들은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현행 3년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의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되, 중간평가를 통과한 청년농만 추가로 지원해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그다음, 영농의 기초자산인 농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농지매입비축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선매협의제를 도입해 공공부문에서 우량 농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가 직접 농지를 지원하는 방식만으론 한계가 있다. 예컨대 고령농이 장기 소유하던 농지가 청년농에게 자연스럽게 양도되도록 양도소득세제 개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농 육성은 고령농의 경영 이양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비단 농지뿐 아니라 기존 농민의 경영·생산 기술, 인맥 등 무형자산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년들은 이를 통해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국내의 경영 이양 정책은 경영이양직불제로 대표되나 이 제도의 효과성에는 의문이 존재한다. 유럽연합(EU)도 경영이양직불제와 유사한 조기은퇴제도를 시행하다가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해당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대신 연금제도를 통해 고령농의 노후 소득안전망을 강화하고, 영농자산 이전 때는 세제 혜택을 부여해 경영 이양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농 소득 안정장치로는 현재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있다. 이밖에 저소득 고령농을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고, 농지를 소유한 농민은 농지연금에 가입해 연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농민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저조할 뿐 아니라 납입 보험료도 낮아 노후 소득안전망으로 불충분하다. 농지연금 역시 자녀의 반대나 농지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등으로 가입이 더디다.


따라서 농민을 위한 노후 소득안전망을 지금보다 더 강화해 은퇴를 지원해야 한다. 요컨대 농민을 위한 연금제도의 확충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특정 연령에 은퇴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추가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농민을 위한 별도의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은퇴와 연계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또 가족 내 승계뿐 아니라 ‘제3자 승계’ 등 다양한 경영 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영 승계의 절차·과정을 표준화하고 이를 명문화해야 한다.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동안 기존 농민과 승계자가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존 농민은 승계자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영농자산을 단계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제도화된 합의에는 경영 승계 후 승계자가 기존 농민과 수익을 공동으로 분배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승계자는 자금 조달을 포함해 영농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울 수 있고, 기존 농민은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소득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경영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나 컨설팅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경영 이양의 비용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 예컨대 영농 지속을 전제로 경영 이양 계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하는 농민과 승계자에게 상속세·증여세·양도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농업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계속 유지되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이 중요하다. 새해부터는 보다 많은 청년이 농업분야에 들어와 활기와 역동성을 불어넣어 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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