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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바이오 소재 산업화 정부 정책 지원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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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안현진
   월간산림 기고 | 2021년 4월호
안 현 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전 세계적인 웰빙, 친환경 트렌드의 가속화로 바이오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바이오 기술을 바탕으로 생물체의 기능 및 정보를 활용하여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화장품 등 생활용품 선택 요인이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였다면 현재는 제품의 목적성, 기능성 등이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되는 추세이다. 환경호르몬, 유전자변형 성분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천연 소재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는 2010년 이후 연평균 9.8%의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OECD는 글로벌 경제 대규모 변화에 따라 2030년경 바이오경제 시대로 진입할 것을 전망하였다. 바이오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원료가 되는 바이오 소재 산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우리나라의 바이오 소재 산업은 2016년 9.61조 원에서 2020년 16.54조 원으로 연평균 14.2% 성장하였다. 소득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성장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이오 소재는 식물, 동물, 미생물의 생물체에서 유래한 천연화합물을 가공 또는 조제하여 제품화가 가능한 산물을 총칭하며, 천연의약품, 천연화장품, 건강성 기능식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된다. 바이오 소재 산업의 성장에 따라 원료인 농생명 자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식품으로 소비되던 녹차, 감귤, 인삼 등이 의약품, 화장품 등 산업 소재로 수요가 다변화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이오 소재 산업 중 가장 전망이 밝은 산업은 의학 바이오 분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환경 소재, 화장품 등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지만 향후 노령화 추세와 함께 의학 분야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의학 분야는 타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예를 들어 인삼에서 성분을 추출하여 의약품 소재로 공급한다면 단순히 원료를 판매하는 것에 비해 부가가치가 1000배 이상 상승한다. FTA로 인한 해외 임산물 개방, 서구화되는 국민들의 식습관 등으로 단기 임산물 소비 증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산 임산물의 바이오 소재 활용은 임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소비 활로를 열어 어려운 우리 임가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바이오 및 바이오 소재 산업이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정부 부처는 다양한 지원을 위한 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부처 사업으로 바이오 소재 원천기술 개발 산업이 진행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농업 성장과 농업인의 소득 향상을 위한 바이오 소재 R&D 및 산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산림 부문에서도 산림생명자원 활용을 위한 산림생명공학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산림청은 2017년부터 산양삼, 산겨릅 등 50여 종의 산림생명자원을 활용하여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기능성 소재 발굴 및 고부가가치 제품화 연구를 추진하였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에서도 소재 및 생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산림 바이오 소재 기술은 기능성 화장품, 친환경 인테리어 소재 등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바이오 소재, 특히 산림 바이오 소재의 경우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투자가 기술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 개발 투자에 비해 산업화를 통한 임가 소득 증대 방안에 대한 고민은 시작 단계인 실정이다. 새로운 산림 바이오 소재를 개발해도 이것을 산업화하여 국산 임산물 소비와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산업에 대한 이해와 국내 임가의 특성 등을 파악하고, 기술 부분과 더불어 산업화 전반에 대한 지원 방안을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농업 등 타 산업 분야의 바이오 소재 신기술도 빠르게 발전하는 상태이지만 이것이 국내 원물 생산자의 소득 증가로 직결되기엔 여러 가지 제도적·기술적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생산 부분의 경우 상품 원료가 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대량 생산이 필요하다. 또한 원재료 품질의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화를 위한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를 간과한다면 국내 임산물이 아닌 해외 임산물이 원료로 대체되어 바이오 소재 산업 활성화에 따른 혜택을 국내 임가가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한 예로 2006년 설립된 천연 식·의약소재 연구개발 기업인 A사의 경우 설립 전부터 정부기관과 함께 누에고치를 이용한 생리활성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정부는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국내 양잠산업 활성화를 위해 누에의 소재화 및 사업화 연구를 지원했고, 기업은 사업화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현재 원료인 누에고치는 대부분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실정이다. 국내 농가의 현실로는 산업의 소재로 활용될 만큼 표준화된 품질과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2015년 떠들썩했던 가짜 백수오 사건 또한 원물 공급 부족이 원인이었다.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의 급격한 시장 확대로 원물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일부 재배 농가에서 외형이 비슷한 이엽우피소로 백수오를 대체하였고, 관련 제품과 시장 전체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연구개발 전 원료의 사업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최종 산물인 바이오 소재나 기능성 식품의 경제성만을 평가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예상치 못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례를 교훈 삼아 기업과 임업인이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R&D 지원부터 원료 공급, 상품 생산, 판로 확보까지 산업 전 과정을 관통하는 통합적인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 산림조합 등과 협력하여 몇 개의 임가들이 협력한 산림 바이오 소재 단지 조성 등 집약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방안 등도 모색될 수 있다. 특히 의약 분야 산림 바이오 소재 개발은 특성화된 R&D 지원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의학 분야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 R&D가 필요한 산업이며 투자가 꼭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영세한 중소기업 등이 개발에 실패할 시 바로 회사 경영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분야이다. 또한 건강보조식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으로 검증받기 위해서는 임상실험, 타국으로 수출을 위한 국제적 기준 통과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기술뿐 아니라 검증, 수출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해외 기업의 복제제품 방지를 위해 국내 품종을 중심으로 소재화 연구개발과 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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