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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복합경영의 성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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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민경택

산림 11월호 기고 | 2020년 11월 1일
민 경 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목재생산 중심의 전통 임업은 조림에서 수확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데도 임목 가격이 낮아 수익성이 매우 낮다. 목재생산의 수익성은 수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벌 수익이 거의 조림비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산림소유자들이 산림에 투자할 의욕을 잃은 지 오래다. 목재생산의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임목 사이에 산나물과 산약초를 재배하거나 가축을 키우는 산림복합경영(Agroforestry)은 산지를 경제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산림복합경영은 목재생산 산림경영의 장기성과 저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시도되는데, 목재생산과 작물생산 또는 축산을 결합하여 소득을 창출하면서 산림보호와 산림경영에 이바지하는 방식이다.

산림복합경영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널리 실행되는 토지이용 방식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데헤사(Dehesa)에서는 코르크참나무숲에서 돼지에게 도토리를 먹여 키우면서 코르크와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생산한다. 프랑스에서는 밀밭에 포플러를 심어 농토의 양분 순환을 돕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한다. 유럽연합(EU)은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억제하고 단작농업의 위험성을 보완하기 위해 농지에 나무를 심는 복합경영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우리나라의 산림복합경영은 임목 사이에 산양삼 또는 산나물을 심는 임간재배가 많지만, 토종닭이나 흑염소를 키우는 산지 축산도 있고, 휴양·체험과 연계하는 관광연계형도 있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실현하는 데 있어 산림복합경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숲에서 임산물을 생산하려면 간벌을 해야 하는데, 이는 하층식생의 다양성을 높여 산림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인다. 숲에서 산나물이나 산약초를 재배하면 전통 식물자원을 증식하여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게 된다. 한계농지와 산지를 방치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국토보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단기소득임산물을 재배하여 산림경영의 수익성을 개선하면 임목의 벌기령을 뒤로 미루어 양질의 목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산림토양과 임목의 탄소흡수원 기능 증진에도 기여한다. 산림을 소득자원화하면 농산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산림복합경영이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 농산촌 안정, 국토보전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산림도 공익형직불제 도입 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앞으로 산림경영은 숲에서 단기소득임산물 생산이나 축산(토종닭, 흑염소 등)을 겸하여 소득을 올리고 장벌기 경영으로 가치 높은 목재를 생산하면서, 도시인에게 자연 체험과 휴양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발휘하는 것에 대한 공익형직불금을 받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야말로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복합하여 경영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점을 배경으로 우리나라 산림복합경영의 여건을 살펴보고 산림복합경영 활성화를 위한 성공 전략을 논해 보고자 한다.


산림복합경영의 여건 분석

산림복합경영의 성공 전략을 도출하기 위해 기회와 위협, 강점과 약점을 구분하여 분석해 보자.


먼저, 기회 요인이다. 먹거리 안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정 임산물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관행 농업은 다수확을 위해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산지에서 재배하는 청정 임산물은 새로운 가치를 갖는다. 또 정부는 농림업의 생산과 가공, 판매, 체험 등을 융·복합하는 6차 산업화를 지원하는데, 산림은 휴양과 체험의 공간을 제공하므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최근 농업에서 공익형직불제 논의가 활발한데, 산림복합경영은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화학비료 사용 저감 등 농업보다 공익기능 증진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


둘째, 위협 요인도 적지 않다. 임산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다수의 산나물과 특용작물이 이미 농지와 하우스에서 재배된다. 산지재배는 지형 조건과 노지재배 특성 때문에 생산성이 낮아 농지재배 임산물과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크게 불리하다. 중국산 산나물과 산약초의 수입도 적지 않다. 또 농업에서도 친환경재배가 확산되어 임산물의 ‘청정성’을 위협한다.


셋째, 산림복합경영은 다양한 강점을 가진다. 숲에서 생산되는 임산물은 그 자체로 무공해 자연식품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날씨 변화가 심한 숲속에서 자라나는 산나물과 산약초는 기능성이 강하며, 맛과 향도 뛰어나다. 또 숲은 도시인들에게 휴양과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숲과 함께하는 비대면 활동의 인기가 높다. 숲은 도시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유리하다.


넷째, 약점도 있다. 산지는 작업 조건이 불리하고 이용규제가 심하다. 이러한 규제는 산지이용에서 행정비용을 발생시키고 산주들의 경영 의지를 꺾는다. 농산촌 인건비도 상승하기 때문에 생산비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또 노지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하우스처럼 환경을 조절할 수 없어 날씨나 계절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오랫동안 농지에서 적응된 작물들의 종자를 산지에 파종하면 잘 활착하지 못하여 수확량도 적다. 이러한 점들이 산림복합경영의 약점이다.


산림복합경영의 성공 전략

지형이 험하고 작물 생산의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산지에서 단기소득임산물을 재배하는 것은 농지재배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산림복합경영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적정한 규모를 지켜야 한다. 산지에 작물을 심고 방치하면 풀에 덮여 모두 고사하고 만다. 풀도 제거해야 하고 가뭄 때는 관수도 해야 하고 적절히 퇴비도 주어야 한다. 재배 규모를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일하기 힘들고 경영도 부실해진다. 농산촌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고용 노동력을 투입하여 수익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가족 노동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적절하다. 


둘째, 농지재배 작물과 차별화해야 한다. 산지재배는 생산성이 낮으므로 가격 경쟁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숲에서 생산한 임산물은 일반 농산물이나 노지재배 임산물보다 맛과 효능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으므로 청정 임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산’임을 보여주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재배지 사진을 보여주거나 재배과정을 소비자와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에는 자연산 인증도 있는데 미국에는 ‘Certified Naturally Grown’이라는 민간 인증이 있고, 열대림을 베지 않고 임간의 음지에서 재배한 커피콩에 ‘Shade Grown Coffee’ 인증을 부여하기도 한다.


셋째, 6차 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 1차 임산물 생산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얻는 시대는 지났다. 가격은 오르지 않지만 생산비는 오르기 때문이다. 기존 유통 채널을 통해서 프리미엄을 얻을 수도 없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생산자가 가져와야 하는데, 2차, 3차 산업과 융·복합해야 한다. 임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하여 제품화하고 소비자 체험(수확 체험, 숲해설, 산림치유 등)과 연계하여 직거래를 확대해야 한다. 산림복합경영에서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노동력 확보인데, 소비자들의 수확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어떨까. 임산물 수확 체험을 희망하는 도시인들이 직접 산지를 방문하여 생산 현장을 보고 수확 체험을 하면 자연산 임산물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의 활용은 필수이다.


넷째, 제도적으로 산지 이용의 규제를 완화하고 임도를 확충하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산에 갈 수 없다면 무슨 수로 이용할 수 있겠나. 그동안 산림정책은 산림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추진되었는데 이는 산주의 자율적 경영을 저해하여 산림을 소득자원화하지 못하였다. 산지의 전용이나 과잉 이용을 우려한 것이다. 지금은 농산촌 인구가 급감하여 지방이 소멸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임업의 수익성이 높지 않아 과잉 이용도 기우이다. 산지 이용의 규제를 완화하여 농산촌 주민들이 산지를 소득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림청은 「산림자원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면서 임업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 산림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내 산림을 경제자원화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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