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목록

KREI 논단

제4유형
KREI 논단 상세보기 - 제목, 기고자, 내용, 파일, 게시일 정보 제공
‘B급 사과·배’ 소비촉진방안 찾아야
6212
기고자 윤종열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9월 18일
윤 종 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관측팀장)


사과와 배는 제수용과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대표적인 추석 성수품이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 대목 출하량이 적어 일각에서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봄철 개화기 이상저온으로 저온피해가 발생한 데다 긴 장마와 집중호우, 연이은 태풍으로 생산량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게 이런 전망의 근거다.


물론 전반적인 대목장 출하량 감소로 전년 대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처럼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추석이 10월1일로 전년 대비 보름 이상 늦어서다. 지난해와 달리 사과는 <홍로> 말고도 중만생종인 <양광> <감홍> 등의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 역시 조생종 <화산> <신화> 등은 물론이고 정상 숙기를 채운 만생종 <신고>도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확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기형과·상처과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물량이 많아진 것도 올해 농사의 특징이다. 소위 ‘못난이 과일’인 B급 과일은 정상품과 비교해 당도나 크기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겉면에 상처가 있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은 상품을 말한다. 우박·태풍 등 기상이변이 갈수록 빈번해지면서 B급 과일의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B급 과일은 선물용으로 판매하기 쉽지 않고, 도매시장에 출하되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폐기할 때 발생하는 비용도 농가들이 감내하는 경우가 많아 농민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B급 과일의 판매가 확대되는 추세다.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업관측본부가 소비자패널 7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못난이 사과와 배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각각 80%, 61%로 나타났다. 향후 구매의사도 못난이 사과가 87%, 못난이 배가 92%로 매우 높았다. 이런 결과는 맛이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B급 과일의 장점 덕분으로 풀이된다.


당장은 상품성 있는 물량을 선별해 추석 선물용으로 출하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명절 이후엔 B급 사과와 배의 소비촉진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역농협이나 생산자단체 등 산지조직은 B급 사과와 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이은 기상 악재를 이겨낸 사과와 배가 앞으로도 별 피해 없이 영글고, B급 사과와 배도 잘 활용돼 농가들이 걱정을 덜기를 간절히 바란다.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