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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농촌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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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송미령
한국4-H신문 기고 | 2020년 9월 15일
송 미 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포용성장·균형발전연구단장)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가이다. 하지만 단기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파생한 문제도 적지 않다. 단적으로 ‘더 나은 삶의 질 지수(the Better Life Index)’로는 OECD 38개국 중 29위를 차지할 정도로 삶의 질 수준은 높지 않은 편에 속한다.


도시는 과밀·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집값, 노인 빈곤, 청년 실업 등은 자주 거론되는 문제이다. 농촌은 과소화·고령화 심화로 활력이 저하되고 지속가능성 자체가 우려되는 정도이다.


디스토피아와도 같은 현실에서 역설적으로‘농촌 유토피아’는 도시와 농촌의 문제를 함께 완화하는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농촌 유토피아는 국민들의 행복한 삶에 대한 정주·일·여가·문화 등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 욕구를 농촌을 무대로 충족할 수 있도록 농촌에 투자하고 농촌을 재편하자는 제안이다.


마침, 수년째 이어지는 년 50만 명 전후의 귀농·귀촌, 농촌형 사회적 경제 확장, 절반은 농(農)과 관련된 일을 하되 절반은 취미, 예술, 자원봉사 활동 등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반농반X(半農半X)의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이들의 증가 등은 농촌 유토피아 구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삶터·일터·쉼터·공동체의 터로서 농촌이 가진 잠재력에 구체성과 접근성을 높인다면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높이는 동시에 농촌의 활력 증대와 지속가능성도 담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19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버킷리스트는 ‘여행’, ‘자연에서 자급자족하기’,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이다. 도시민의 37.1%는 5년 이내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제로 추진할 계획인데 이 중 83.6%는 정보수집, 저축 및 투자, 기술교육 등의 학습, 적당한 장소 물색 등과 같은 실질적 준비를 하고 있다. 농촌에서 1년 이내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1개 이상의 준비에 돌입한 이들은 113만 명으로 집계된다. 다만, 농촌에서의 버킷리스트 실현이 쉽지 않은 이유로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의 생활환경, 문화·의료 여건 등이 지적되었고, 농촌에 대한 정보 제공, 살아보기 주택 다양화, 교육과 학습 기회 제공 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포용사회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데, 농촌은 이에 대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공간으로서 수요와 잠재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들의 생각에도 나타나듯이 객관적인 정주 여건이 취약함에 대한 불만과 두려움이 높아 꿈을 실현하는 무대로 농촌을 만들려면 보다 혁신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간 농촌은 넓은 면적에 인구가 적어, 효율성에 기반을 둔 민간 자본뿐만 아니라 공공 재원도 쉽게 투입될 수 없어 서비스 기반 등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수요에 응답하는 농촌 유토피아 구현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식의 농촌 거주 지원, 정보 제공과 일자리 연계, 농촌다운 환경 보전 등이 필요하다.


우선, 향후 증가가 예상되는 농촌 활동 요구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한국형 농촌 스테이 브랜드 구축을 비롯한 다양한 농촌 체재·정주공간 조성 및 다지역 거주 촉진 지원책 도입이 필요하다. 민간기업, 공기업, 지자체, 마을단위 주민조합 등이 투자·운영 주체로 참여해 농촌형 레지던스 체인 구축을 통해 농촌 살아보기 체험을 지원함으로써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러시아 다차의 한국형 모델로서 기능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비수도권의 열악한 농촌지역 소재 주택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도 검토할 수 있다. 둘째, 농촌 일자리 뉴딜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 창조계층·청년층의 취·창업 활동 촉진, 푸드플랜 및 지역사회 서비스 공급 체계 마련, 지역단위 빈집은행·농지은행·재능은행 운영 등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농촌다운 환경 복원 및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확산이 필요하다. 나아가 주민협정 등을 통한 자율적 농촌 자원·경관 가꾸기 활동 지원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농촌 유토피아 구현을 위해서는 활동 플랫폼을 조직해 지역마다 구체적 사업모델을 기획, 실천토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 정책 자원만의 일방 지원이 아니라 지역마다 다양한 자원을 연계 조직화하도록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농촌 유토피아 구현의 궁극적 비전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우리 농촌은 국민들의 꿈을 실현하는 곳으로 전환될 수 있고, 국민들은 농촌 덕분에 행복한 유토피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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