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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틀의 전환을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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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오내원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0년 6월 19일
오 내 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시니어이코노미스트)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농정 틀의 전환이 다시금 화두가 되어 있다. 농정 틀 전환은 매 정부마다 제시되는 의제이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이제는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치로 굳이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농정 틀의 전환이 농민과 농촌 주민,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의 사회협약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농특위, 2019 타운홀미팅 보고대회), 나아가 농정 전환은 관료와 학자가 아니라 현장 농민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지역재단 창립 16주년 심포지엄 발표와 토론)은 지금까지의 농정 논의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농정에서 사회적 합의와 농민 주도성은 서로 상충하지는 않지만 결이 다른 주장이다. 둘 다 당사자가 정책을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 공론화와 합의라는 과정의 민주성을 포함하며 정책 결정에서 농민의 권한과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 합의를 추구한다는 농특위의 운영조차도 농민대표들이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하기보다는 전문가 집단에 이끌려가고 있다는 비판에서 볼 수 있듯, 농민 주도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농민이 정책을 단독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며, 시민사회와의 공감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공론장에서 논의되는 농정 목표나 방향은 타당할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는 농민이나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히 토론하고 공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고, 자주 그래 왔다는 점이다. 작년 말에 열린 농특위 보고대회에서는 사람과 환경중심의 농정, 살고 싶은 농어촌, 농수산물 수급관리와 가격시스템 선진화, 스마트 농어업 육성, 푸드플랜을 통한 안전한 먹거리 공급 등 5대 농정 전환 방향이 제시되었다.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고 각종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였으나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에 대한 논쟁을 통해 합의를 구하려는 노력은 매우 부족하였다. 어쩌면 사회적 합의의 결여 이전에, 농업계 내부에서 먼저 기본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대외적 논의의 장에 올릴 결론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은 현 정부 출범 때부터 농정개편의 핵심으로 거론되어 왔다. 그 의미를 둘러싸고 입장의 차이가 작지 않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직불제 개편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농민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개편에 포함된 논밭직불제의 통합, 소농직불제 도입, 의무준수사항 강화 등이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개편의 기반이 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 및 보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국가와 지역사회가 더 필요로 하는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은 무엇인지, 공익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 농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농업이 공익 기능을 수행하며 유지되려면 국가와 시민사회는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 이제라도 시간을 가지고 협의해야 한다. 특히 이 문제들은 환경농업단체와 축산업단체, 쌀농가와 시설원예농가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어 농업계 내부 논의가 더욱 중요하다. 우선 급하다고 당사자가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채로 이끌고 가는 것은 실질적인 추진 동력을 상실한 채 헛걸음만 반복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자 주도의 농산물 수급관리 강화나 스마트농업과 관련하여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관료와 전문가 주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 해소가 농민과 소비자의 생활에 갖는 의미, 시장 참여자로서 생산자조직의 바람직한 역할과 미흡한 역량, 정부의 시장개입의 원칙에 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이런 상태에서 자조금단체에 수급조절을 통한 시장안정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의 실효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농업 육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소농 보호와 상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농민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구심이 적지 않다.


자치분권과 지방농정 활성화에서도 어떤 기능이 시·군으로 이양되어야 하는지, 기능 이전과 연계된 재정 조치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민간의 협치는 어떻게 보장하고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요구와 검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역 특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농업환경프로그램은 중앙정부 주도로 시행되는데, 농민수당 도입은 지자체가 각개약진 하는 가운데 농식품부는 관여하지도 입장을 밝히지도 않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뒤바뀐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편 농업회의소의 성격과 역할 설정이 불분명한 가운데, 성급하게 법제화를 추진하면 자칫 지역에 농민단체가 하나 늘어나는 데 그칠 수 있다.


이제 개원한 21대 국회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모두가 농민당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여야 구분 없이 농어민을 위한 입법과 예산확보에 노력해 왔다고 하지만 그 성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농업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여 정치 의제로 부각되지 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 생각된다.


이번 국회에는 벌써 농수산물 최저가격 보장, 농업인기초연금 지급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법안들이 제안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농특위가 농정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기초 논의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국회와 농특위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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