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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식량안보 리스크, 농업인력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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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중앙일보 기고 | 2020년 5월 26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3월 하순 식량 위기를 거론하자 언론이 식량안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FAO는 빈곤 국가와 가난한 계층의 식량 위기, 물류 장애로 인해 원활하지 못한 식량 수송,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의 식량 부족 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2~24%다. 가축 사료용을 제외한 식용 곡물의 자급률은 47~51%다. 자급률이 결코 높은 편은 아니다. 물론 국가 간에 무역이 활발한 상황에서 꼭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사태나 기상악화 등으로 국가 간 교역에 돌발적 문제가 생기면 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 한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식품 공급 중단, 사재기, 가격 급등 등의 긴급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쌀·감자·고구마 등의 자급률은 100% 수준이고, 수입 곡물도 국내에 2~3개월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 기업 등이 다각적으로 농식품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한국이 식량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2008년부터 5년 남짓 세계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반 물가도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나타났다.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안팎으로 급등하자 옥수수를 활용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했고,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까지 감소했다. 국제 곡물 가격과 물가가 동시에 급등했고, 식량 때문에 폭동이 발생한 국가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해 곡물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의 국내 반입, 해외 선물 시장에서 곡물을 직접 확보하는 방법, 물류 차질에 대비한 곡물 수송 대책 등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업 생산 기반 확대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원할 때 얼마든지 농산물을 수입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초한 기존 체계의 변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농업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국내 농업 생산이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최장 4년 10개월간 합법적으로 외국인의 취업을 허용하는 고용허가제 인력의 11%가 농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최장 90일까지 농업 부문에 외국인 취업을 허용하는 계절 근로제 근로자는 2015년 19명이었으나, 2019년 약 3600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농업 생산 차질이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식량 안보를 위해 국내 농업 생산을 늘리려 해도 농업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밀·콩·감자·고구마 등의 식량 작물이나 원예작물은 노동력에 크게 의존한다. 코로나19 이후와 농업 생산 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도 농업 생산의 기계화·스마트화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농업 노동력 공급 대책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계절 근로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인력이 장기간 체류할 수 있는 시설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민간 영역에서는 도시 인력을 농촌에 연결하면서 쌍방향 소통을 촉진하고 합법적인 근로관계가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푸마시(Poomasy)’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을 잘 연계하면 농업 생산을 확대해 식량 위기에 대응하면서 농업 부문에서 도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 이것이 코로나19 이후 우리 농업이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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