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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산물 유통혁신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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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5월 15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세계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한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세계화와 지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자신이 속한 국가와 공동체·가족 우선주의가 심화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의식이 팽배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과 비대면 택배 배송이 확산하고 집단활동보다 개인활동이 일상화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유통분야의 변화도 예외일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기존의 오프라인 거래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민간 식품업체와 요식업체·소매유통업체·식자재업체는 가정간편식(HMR)에 집중하면서 온라인 판매, 택배 배송 등의 비대면사업을 대폭 확충하는 기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소매와 식품분야의 변화는 결국 농식품의 도매와 산지·물류 부문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지금도 급증한 소비자들의 농식품 온라인 구매(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계기로 소매와 식품·요식 업체들의 온라인 구매(B2B·기업간 거래)와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산지의 대응이 시급하다. 기존의 산지유통시설은 단순히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선별포장해 도매시장 등에 출하하는 오프라인 거래에 최적화돼 있다. 이제는 소포장·단순가공·꾸러미 등 맞춤형 상품 공급에 맞춘 시설과 장비·인력으로 온라인 거래 주문에 즉시 대응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대대적인 유통지원 포인트 중 하나다.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려면 산지유통시설의 저장·선별포장·가공·운송 관련 센서·전자태그 등 데이터 기반도 구축돼야 한다.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은 산지에서 출하되는 농산물의 수집·경매입찰·분산이라는 단순한 거래 기능에 최적화돼 있다. 온라인 거래가 확대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물류기지의 부재다. 앞으로는 ‘소비지분산물류기지화’가 필요하다. 전국의 도매시장이 온라인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도 이 방안이 적절하다. 도매시장 대부분이 대대적인 시설 현대화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기왕이면 물류 기능 중심으로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저온저장시설·가공시설·선별포장시설 등 온·오프라인 거래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물류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또한 도매시장과 산지·소비지 거래도 현물을 보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 정보 기반의 이미지 경매, 온라인 거래체계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농산물의 품질·규격·이미지 정보만으로 거래하는 이미지 경매와 상품을 별도로 운송하는 상물분리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나아가 산지 출하조직과 소비지 구매조직간에 직접 온라인으로 경매입찰하거나 정가수의거래하는 방법도 많이 시도하길 바란다.


끝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유통혁신 포인트는 농산물 운송차량·포장박스·운반팰릿 등 운송물류시설·장비의 고도화와 데이터 기반의 전자화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냉장유통시스템(콜드체인)이 가능한 정온박스차량으로 농산물을 운송한다. 이제 박스와 팰릿·운송차량에도 센서와 전자태그를 부착해 농산물의 모든 운송·물류 정보를 데이터화해야 한다. 그래야 빅데이터 마케팅과 수급조절, 물류 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다.


농산물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기반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거래가 안착되기 위해 생산자는 구매자가 원하는 품질과 규격에 맞는 상품으로 신뢰를 줘야 한다. 중간 유통상인은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해야 소비자가 믿고 비대면 상품구매를 늘릴 것이다. 그래야만 세계 소비자들이 우리 농식품을 선호하는 ‘케이팜(K-Farm)’ 열풍도 불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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