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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부 정책사업 연계의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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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정섭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0년 5월 8일
김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새삼스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지역사회’라는 말이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식의 정부 발표와 언론방송 보도를 자주 접했다. 그렇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이런저런 만남이나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일이 별로 없는 이에게, 지역사회라는 말은 생생하게 와 닿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인은 대부분 ‘지역사회 구성원이라는 감각 또는 자기인식’을 잊었다. 그런데 ‘지역사회’가 다시 호명(呼名)된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교육부,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 5개 부처가 지난 3월 25일에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연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 초점은 “주민참여를 바탕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들 5개 중앙정부 부처가 각기 시행하는 정책사업들을 읍·면·동 수준에서 연계하고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즉, 읍이나 면을 지역사회로 간주하는 것인데, 농촌 주민의 일상생활 동선(動線)이나 사회활동 패턴과 일치한다. 그래서 기대되는 바가 없지 않은데, 그에 비례하여 준비가 철저한지는 의문이다.


종래의 직불제 같은 직접소득지원 정책이나 도로정비 같은 물리적 인프라구조 조성 정책과는 달리, 주민참여형 정책사업에서는 주민이 단순히 수혜자가 아니다. 사업의 목표를 지역사회 주민이 설정하고,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역사회 주민이 계획하고, 실제로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주체로서 지역사회 주민이 등장한다. 이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재정으로 또는 행정조치로써 그 과정에 조력(助力)하는 데 있다. 이 같은 교과서적 설명에 충실하게 잘 추진되기만 한다면 좋을 테다.


예를 들어보자.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통합돌봄(일명, 커뮤니티 케어)’ 사업은 “일상생활에서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각자의 필요에 맞는 복지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형성하겠다는 정책이다. 노인이나 정신장애인 대상의 돌봄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안된 상태다.


문제는, 돌봄기관이 없는 면(面) 지역에서는 그게 그림의 떡이라는 점이다. 가령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을 확대하여 지역 내 고위험 독거노인 및 치매환자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겠다는데, 치매안심센터는 농촌 시·군마다 1개소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거의 대부분 시청이나 군청 소재지에 있다. 경증 치매를 앓는 노인 중 면 지역 거주자는 거기까지 갈 수가 없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 농업 활성화’ 사업은 농민이 지역사회 안의 여러 주민이나 기관·단체와 협력해 농장 활동을 배경으로 장애인, 노인, 아동, 청년 등에게 돌봄이나 교육이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천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면 지역에서 농민이 치매 노인이나 정신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자신의 농장으로 초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면 지역 주민 다수가 농민이고 곳곳에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장에서 농민이 실천하는 돌봄 활동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른바 ‘사례관리’라고 하는 활동,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신체적·정신적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일을 농민이 도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복지 분야의 경험을 지닌 종사자들이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과 ‘사회적 농업 활성화’ 사업이 결합하여 하나의 읍이나 하나의 면에서 추진된다면,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민의 일상생활 터전인 읍·면에 주목해 정부 부처들이 협력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업무협약이 ‘홍보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려면, 서둘러 보완할 부분이 있다.


첫째, ‘읍·면 수준의 정책사업 연계’란 서로 다른 정부 부처의 정책사업들이 특정한 하나의 읍이나 하나의 면에서 실제로 관련성을 갖고 동시에 추진되는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 같은 ‘실질적 연계’가 확보된 것인지 아닌지 불투명하다. 특정한 읍·면에서 최소한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부처 정책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가운데 현장에서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거론된 정책사업들은 지역사회 주민의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해야 추진할 수 있음에도 지역사회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거나 촉진할 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예컨대, ○○면에서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보건복지부가 각자의 정책사업을 연계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보자. ○○면에 소재한 초등학교와 지역사회가 어울려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루게 할 방안을 누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면에서 사회적 농업을 하려는 농민을 어떻게 찾아내고 지원하며 지역사회통합돌봄 사업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결합하겠다는 것인가? 결국은 주민 다수가 자발적으로 직접 논의하여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거기에 정부 부처 사업을 포함시켜야 한다. 즉, ‘풀뿌리 주민자치’ 그리고 주민자치에 기초한 ‘읍·면 계획’을 매개로 삼아야 한다.


셋째, 정부 부처 사업들을 읍·면 계획에 포함시키고 재정을 지원받더라도, 구체적인 활동을 누가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학교 밖 마을로 나온 아이들을 가르치고(미래형 교육자치 협력지구), ○○면 △△리에 사는 연세 많으신 어르신이 이웃 농장에 나오시게 해서 이러저런 가벼운 활동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사회적 농업), 평소에 전화를 하거나 방문해 안부를 살피고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각종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수급 대상자로 등록되게 돕고(지역사회통합돌봄), 교육이나 노인복지나 농업이나 여타의 활동들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활성화 할 것인지를 의논하는(주민자치) 등 그 모든 활동의 주체는 결국 ‘조직화된 주민들’일 수밖에 없다.


이 주민 조직은 민주적으로 의사결정하면서 집합적으로 실천하고 협동하는 조직일 수밖에 없다. 필경, 협동과 연대를 가치로 내세우는 사회적 경제 실천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정부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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