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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식품시장의 온·오프라인 통합과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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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용선

한국수산경제신문 기고 | 2020년 5월 6일
이 용 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유통업계에서 주목되는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아마존이다. 이 기업이 2017년에 신선식품 오프라인 유통체인 기업인 홀푸드사를 인수했고 다음 해에는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를 개점했으며, 지난 2월 25일에는 매장 면적이 아마존고의 5배 크기인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고그로서리 1호점을 시애틀에 열었다. 미국과 함께 양대 시장을 이루는 중국에서는 온라인 거래기업인 알리바바가 유통혁신을 불러일으키는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허마셴셩이라는 슈퍼마켓을 만들고 매장에서 3km 내 고객의 가정에 30분 만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에서도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유통기업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이들 유통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사재기 없는 모범적인 국가라는 인식을 심는 데 일조했다. 


오프라인 유통대기업 경영수지 악화

작금의 상황은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고 비대면(비접촉) 거래가 온라인 거래의 기본적 속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라인 업체의 빠르고 효율적인 물류·배송 능력에 기인한 바 크다. 온라인 기업이 과거의 단순 중개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은 단순 중개 위주로 운영됐는데, 주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문·결제가 이뤄지고 상품 배송이나 음식 배달은 참여사업자가 담당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식품은 일반 공산품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고 원물 조달 등 공급망 구축과 개선이 어렵지만, 특히 신선식품은 아직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거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 온라인 상거래기업은 왜 오프라인 유통에도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일까? 무엇보다 식품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거래실적 중 온라인 거래가 전년 동기보다 9%포인트 늘어나 49%를 차지하고 나머지 51%는 오프라인 채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거래는 비중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식품시장에서는 오프라인 거래가 온라인 거래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상거래업체는 인터넷, 모바일 등 온라인(가상공간)상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비약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비롯한 소비·구매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수많은 상품 공급자 수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제품 종류를 취급하고(네트워크 기반의 소매) 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의 성공으로 2017년에 최대 장난감 유통체인 토이자라스가 폐업했고, 이듬해에는 중저가 브랜드 취급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가 문을 닫는 등 종래의 소매채널이 일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대기업은 경영수지가 악화됐으며 이에 따라 매장 수를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롯데는 200개의 점포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온·오프라인 통합을 위한 방안

유통의 온·오프라인 통합은 소비자의 가치관과 행동을 매우 세심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는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가치관, 행동 패턴 등 라이프스타일과 쇼핑의사결정 행태를 파악함으로써 상품의 기획에서 생산·제조, 재고 관리, 물류 혁신, 쇼핑 경험을 관리하려는 것이다. 

소비자의 인구 구성 변화에 따라 구매력은 현재 X세대가 높지만 수년 내에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전반까지의 밀레니얼세대가 가장 높고,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1990년대 후반 이후의 Z세대도 밀레니얼세대 다음으로 유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기업의 강점은 사이버 공간에서 종국적으로 거래와 관련된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가까이서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물류의 근본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등 운영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온라인 기업이 기존 유통채널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거래와 유통에 접근해왔다는 이력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은 간단하게 말해 ICT 융합기술과 기존의 상품 거래·이전 과정의 적극적 결합을 의미한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충분히 적용한다. 플랫폼 중개거래에서 그치지 않고 물류를 통합해 고객에 대한 배송까지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온라인 업체는 주로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의 언어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 과정에 대한 혁신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수직적으로 통합하거나 협력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식품 유통을 위해 알리바바는 식품유통업체를 인수했고 이어 신선식품 물류전문업체도 통합했다. 알리바바는 지역 상인의 상권 분석과 고객 관리 프로그램 등을 지원함으로써 지방 소매점 등과 자체 오프라인 매장과의 협력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국내에서 마켓컬리는 식품유통에 적합한 저온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물류 부문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했다. 

식품시장의 온·오프라인 통합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통합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통합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는 매장을 배송기지와 전문적 전시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가상적 수단을 써서 이동 경로를 표시해줌으로써 고객이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온라인적 요소를 가미한다. 국내에서도 유통대기업이 기업 내 계열사 간 역할을 전문화해 통합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간 통합은 유통에서의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new normal)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단순히 상품을 편리하게 거래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새롭고 감동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유통이 온·오프라인 간 통합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식품시장은 상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로 진전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유통상의 통합은 물론, 외식이나 제조·가공 등 연관 산업과의 연계와 통합을 뜻한다. 알리바바 식품매장 허마셴셩은 전체 면적의 절반을 레스토랑으로 배치했다. 고객이 매장이나 앱에서 바닷가재 등 식재료를 미리 선택하면 조리해서 로봇이 고객 테이블로 서빙하게 하는 등 유통업과 외식업과의 경계도 허물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간 통합은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하고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도록 고객을 배려한다는 취지의 옴니채널 전략으로도 발전될 것이다. 종래의 온·오프라인 간 결합이 온라인에서 고객정보를 이용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내방토록 유도하는 신규 고객 전략에서 출발했다면 옴니채널 전략은 단골, 즉 충성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적합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거래와 오프라인 거래 시 동일한 가격이 적용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일종의 업태 간에도 일물일가의 법칙이 관철되도록 하는 것이다. 롯데와 같은 국내기업도 유사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수산식품 업계의 생존 전략

온·오프라인 간 통합을 위해서는 전후방 기업이 합병하거나 긴밀한 협업관계가 구축돼야 한다. 

중국의 융후이란 유통기업은 중국 남부와 남서부 지역에서 신선식품 공급자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공동으로 공급망을 관리하는 등 긴밀한 협업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더맘마라는 스타트업은 동네 마트와 연계해 마트를 배송기지 또는 픽업 장소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윈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사업 중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기업·소비자 간 최종소비재 거래(B2C)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 그러나 최근 식재료 등 중간재를 주로 거래하는 기업 간 거래(B2B)도 온라인 거래도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며 이 역시 온·오프라인 통합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의 얼러머(eleme)는 ‘유차이망’이라는 식자재 공급용 B2B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국의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지역 식당을 연결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나타나 활동하고 있다. 

식품시장에서의 온·오프라인 통합이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농수산식품 공급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식품시장에서 유통기업과 산지 공급자의 공급망 경쟁력은 식품유통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특히 농수산식품은 기상이변이나 환경 변화로 생산·공급 변동이 빈번히 발생하고 이에 따라 균형가격 수준이 크게 등락하게 되므로 상당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농수산식품 공급자와 구매자인 플랫폼 유통기업 간 리스크를 분담하고 공급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식품 공급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 규격과 수확후 관리기술의 표준화와 식품 안전성을 확보는 R&D 투자, 그리고 산지 예냉, 전처리, 저장시설 등의 물류 기반 투자도 적절히 병행돼야 한다. 셋째, 유통기업에 요구되는 식품 수급에 대한 예측력은 생산·공급자의 예측능력도 제고될 때 더욱 정확해질 수 있다. 

식품시장의 온·오프라인 통합의 경쟁력은 결국 공급망 경쟁력에 의존하며, 이는 유통기업과 생산·공급업체, 그리고 물류·포장 등 식품산업계의 협업과 혁신 생태계 구축을 통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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