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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업인 육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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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오내원
한국농어민신문 기고 | 2020년 4월 24일
오 내 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농가 수는 100만 7000 호로 조사되었다. 전년보다 1만 4000 호가 감소하였는데 금년 말에는 100만 호를 밑돌 가능성이 커 보인다. 농가 감소는 예상된 것으로 그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젊은 후계세대가 단절되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관련된 통계를 몇 가지만 보자. 농가 경영주의 연령분포를 보면 60대 이상의 고령층이 7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농업생산에서도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지면적 3ha 이상 농가는 7만 7000 호인데 그 중 65%가 60세 이상 경영주다.


반면 후계세대라 할 수 있는 20∼30대 경영주는 10년 전의 2만 1000 호에서 7000 호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전국의 행정리 수를 감안하면 5개 마을에 한 명도 되지 않는다. 40대 경영주 4만 5000 호까지 포함하더라도 젊은 농가의 비중은 5% 남짓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노령 농민들이 농업을 지탱해 왔지만 일이십년 후의 농업은 누가 담당하며 마을을 지킬 것인가.


농업후계자 부족 우려는 1980년대부터 제기되었다. 정부는 후계자를 확보하기 위해 영농교육, 자금 지원, 농지 임대와 매매 알선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해 왔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정책의 실패가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실태조사에서 창업농의 어려움으로 영농자금 부족, 농지와 주택 확보, 영농기술 습득, 기본 생활비 부족을 들고 있다. 다른 조건이 맞더라도 한두 항목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을 만나면 영농정착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창업농이나 귀농자들도 통합적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농 초기의 소득 불안정이 정착에 가장 큰 장애라는 인식 하에 새로 영농을 시작하는 젊은 농업인에 대해 최대 월 100만원, 3년까지 정착금을 지급하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이하 ‘청창농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1년에 1600명을 선발해 지원하는 이 사업은 시행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아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렇지만 전혀 새롭게 급여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창업농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청창농 지원사업’은 소득지원 외에 창업자금, 기술·경영 교육과 컨설팅, 농지 알선 등을 연계하는 통합적 지원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지원으로 영농자금과 소득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현장에 필요한 영농 노하우 습득과 농지 확보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영농 기술과 지식을 교육받는 일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현장 농업경영과 생활을 해 나가는 데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지역의 물적·인적 자원에 대한 정보와 접근성이 없으면 농사를 짓기도 정착하기도 어렵다. 어떤 작물은 누가 잘 아는지, 생산물 판매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마을 주위 농지의 특성은 어떻고 임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 농기계를 빌리거나 품앗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마을에 살면서 교류를 하여야 알 수 있다. 특히 농지를 빌리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2∼3년 살면서 신뢰를 쌓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


개별 창업농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창업농 정착의 어려움과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여러 지역에서 농업조직이나 단체, 지자체가 젊은 농업인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활동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청년교육농장이 유력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홍성군의 ‘젊은협업농장’이 대표적인데 농사와 지역사회활동을 1∼2년 경험하면서 진로를 선택하고 준비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교육농장을 사회적농업으로 지정하고 시설비와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청년 참여자들에게도 취농장려금을 지급하여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마을 수준에서 창농자를 선발하여 육성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빈집을 수리해 무상 임대하고 노령가구 농지의 임대나 위탁영농을 주선하며, 경우에 따라 공동작업으로 농사일을 돕고 기술을 전수한다. 이런 체제를 만들면 정부의 ‘청창농’ 선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상북도는 청년농업인과 기존 마을 농업인이 마을영농법인을 설립하도록 하고 지원하는 ‘청년농부 참여형 마을영농 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꼭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도 사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반 농업법인 신규취업자에 대해서도 창업농에 준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농업법인 취업은 그 자체로 농업인력의 확보이지만 창농을 위한 효율적인 준비단계일 수도 있다. 취업지원을 받는 사람이 창농할 경우 정착 성공률도 높을 것이다. 현재 청년인턴 지원사업이 있지만 취업자가 아니라 법인에 보조금을 주고 있어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 


‘청창농 지원사업’의 지원대상자 선정에서 각종 배제 조건도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계존속의 건강보험료가 일정액(지역가입자의 경우 271,339원임)을 넘을 경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금수저 논란이 없지 않겠지만, 30대 창농자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금년에 ’청창농 지원사업‘에 453억 원(국비 314억원)이 배정되었다. 후계세대 확보라는 절박한 과제에 비추어 예산이 작아 보인다. ‘청년취농인 지원사업’으로 확대하여 창농자 외에 농업법인 등에의 취업자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청년들이 초기 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자를 넓혀야 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와 지역 농업조직 및 단체는 농지와 지역자원의 정보화, 대상자의 선정과 관리를 통해 정부의 자금지원 정책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보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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