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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혁신성장의 모멘텀 종자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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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홍상

네이버FARM 기고 | 2020년 4월 16일
김 홍 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4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핵심화두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핀테크, ICT, 융복합 등 당시에는 그저 생소하기만 했던 용어들이 이제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일상적 생활어로 자리 잡았다. 관련된 혁신기술들은 나날이 진보하고 있으며, 이에 힘입어 전통적 사업 영역이 붕괴되는 등 산업 구조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은 Industry 4.0, 일본은 신산업구조 비전 선포, 중국은 중국제조 2025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각국의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혁신성장의 추구’가 시대의 명제로 부상한 것이다.


우리도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비전하에서 공정경제와 함께 시대의 흐름에 맞는 혁신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신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기존 산업을 혁신하면서 전방위 혁신기반도 강화하는 중이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혁신기술을 매개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융복합 전략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제 농업도 혁신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자산업은 그 길에 누구보다 앞서 발을 내디뎠던 분야이다.


작은 씨앗 속에는 온도나 강수, 병을 이겨내 싹을 틔울 수 있는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이후에 저장과 가공을 결정하는 기술까지 탑재되어 있어 정밀산업의 보고로 불린다. 최근에는 여기에 의학과 생명공학 기술을 융합시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원천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아스피린과 타미플루처럼 식물 종자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된 의약품은 물론, 항암 성분 등 기능성이 내포된 메디푸드(Medi-Food) 종자도 출시하여 농업의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종자산업의 가치가 확장되자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종자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고자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 사업에 R&D 예산을 10년에 걸쳐 투입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종자산업은 여타 농산업 분야보다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 시도 또한 빠르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만으로는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기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 농업의 침체로 시장규모의 확대가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해 자체 역량만으로는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견주기 쉽지 않다. 세계 종자시장 규모가 42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우리는 민간부문의 채소종자 시장규모가 6,000억 원이 채 되지 않아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려스럽게도 정부의 GSP 사업 지원도 내년이면 종료된다.


종자산업은 주지하다시피 핵심기술의 융복합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농업부문 혁신성장의 모멘텀이다. 아직 우리는 세계적 수준을 따라가는 정도이며, 종자산업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도 녹록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첨단생명산업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종자산업은 여기에 부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곧 종료될 GSP 사업에 이어 관련 사업에 R&D 예산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종자산업의 신성장을 앞당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R&D 지원을 통해 어떤 것은 상당한 결실을 맺어 한 발짝 더 진일보하게 되는 반면, 일부는 생각보다 작은 성과로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간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시적 성과가 적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만큼 귀중한 자산은 없기 때문이다. 모쪼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 강화로 종자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여 농업부문 혁신성장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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