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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각국 식량비축…韓 곡물터미널 활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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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최지현
매일경제 기고 | 2020년 4월 9일
최 지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국제 곡물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요동치고 있다. 쌀 수출 3위국인 베트남이 지난달 27일 쌀 수출을 중단했고, 밀 수출 1위국인 러시아는 지난달 20일부터 일시적으로 곡물 수출을 중지한 바 있다. 곡물 수출국인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도 식료품의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식량 부족 국가인 필리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 주도로 식량 비축을 서두르고 있다.


2007~2008년 국제 곡물파동 시기에도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인도, 브라질 등 주요 곡물 수출 국가들은 자국의 식량 비축을 위해 수출 금지, 할당 및 수출세 인상 등을 통해 수출을 규제한 바 있지만 이번 사태는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번 사태로 식량 공급 붕괴가 4~5월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측을 내놓은 상태다. 돌발적인 식량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수출입과 관련한 물류 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이다.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국내 물류 이동이 제한되면 식량 교역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식량위기의 장기화가 우리나라 식량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2%에 불과하나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어 국민은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낮다. 연평균 곡물 수요량은 2300만t에 달하는데 국내 생산은 450만t(90% 쌀) 수준으로 매년 1600만t을 수입하고 있다.


식량위기 대처 방안으로 국내 곡물 증산 기반 확대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은 대외 의존적인 곡물 수입 방식에서 탈피해 민관 합동으로 해외 곡물 유통사업에 진출해 수입의 일정 부분을 독자적으로 도입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곡물은 해외에 생산 기반이 있어도 비상시 수입이 용이하지 않다. 생산 이후 저장, 수송 등 관련 인프라스트럭처와 수출터미널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9년 전문가 대상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5%가 식량위기 발생 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응답했고,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을 재추진한다면 정부 정책 지원 기반으로 민간자본 중심 구축(59%), 정부와 민간 공동 구축(31%) 방안을 주요 대안으로 제시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 9월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미콜라이프항)에 국내 최초로 연산 250만t 규모의 곡물수출터미널을 완공하고 본격적으로 가동 중이다. 이는 식량안보 시스템 구축의 첫 삽을 들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민간이 구축한 이 곡물터미널을 비상시 `국가 곡물 조달 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상시에 곡물의 국내 반입을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정부 지분 투자가 필요하다. 향후 산지 곡물엘리베이터나 강변터미널 등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경쟁력 있는 곡물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 지분 참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와 연계해 농지 개발 및 농장 운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농지 매매 자율화 법안이 상정돼 여건도 조성돼 있다.


정부는 2018년 `비상시 해외 농업 자원 반입명령` 실무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곡물수출터미널 확보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비상시 `국가 식량 조달 시스템`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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