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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쟁경로 ‘산지공판장과 온라인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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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2월 14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산물값 등락이 심할 때 정부는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추진한다. 그중 많은 정책은 물가안정 차원에서 가격상승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입장에선 소비자를 위해 적절히 낮은 수준의 가격안정이 필요하다. 더불어 농민의 소득을 위해 제값 받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가격안정과 제값 받기를 위한 원인 진단과 처방에 있다.


극심한 농산물값 등락의 원인으로 흔히 도매시장 거래방식인 경매를 지적하곤 한다. 이에 대해 경매가 아닌 상대매매를 확대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된다. 경매가 시장가격 등락의 주범인 만큼 상대매매가 도입되면 가격이 안정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는 논리적이지 않을뿐더러 근거 또한 희박하다.


그러나 일별로 도매시장 경매가격의 등락이 심한 현상 자체보다 농민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도매시장 거래구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격 결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급조절과 시장출하 공급량을 통제할 수 있는 산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장가격 안정과 제값 받기의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출하농민들의 조직화와 출하창구의 집중화·일원화가 그 방법이며, 이는 협동조합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생산지에서 원천적인 공급조절로 시장가격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거래교섭력 제고를 통해 제값 받기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산물 유통구조는 부족한 점이 많다. 공영도매시장 경로를 통한 유통비중은 50~60%에 달해 그나마 출하농민들에게 안정적인 판로가 되고 있다. 시장출하량의 80%가 경매로 거래되는 것도 교섭력이 매우 부족한 출하농민에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산지출하량의 50% 이상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출하되는 가운데 계획적인 출하조절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시장가격 안정과 제값 받기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도매시장 다음으로 중요한 경로가 대형마트나 대량 수요처에서 산지 생산자조직을 농산물 납품처로 지정해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경로 비중은 30~35%로 추정된다. 문제는 대량 구매처에서 산지에 거래처코드(고유식별번호)를 부여해 경쟁적 구도를 만들면서 농민과 생산자조직이 납품조건이나 거래가격 결정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도매시장과 대형 유통업체의 직거래 중심으로 운영되는 유통경로를 유지할 것인지 냉철하게 살펴볼 시점이 됐다. 두가지 모두 농산물값 결정에 생산농민과 생산자조직의 영향력이 작용하기 어렵고 제값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품목이나 산지 중심으로 협동조합에서 출하창구를 통제해 경로별로 출하량을 배분·조절하면 된다. 도매시장 출하량 조절로 경매값 등락 조절과 하락 견제, 대형 유통업체 직거래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유럽의 산지출하경매장 사례와 같이 협동조합을 중점으로 대규모 거래시장인 산지공판장을 만들어 거래의 중심을 산지로 유도하는 방안도 있다. 주요 품목의 산지공판장을 세워 대규모 출하물량에 대해 1차 가격을 형성한다면 도소매시장 가격을 견제하는 등 영향을 미쳐 가격 등락이 완화될 수 있다.


또한 기존 오프라인과 다른 온라인거래소를 만들어 주산지 형성이 확실한 품목을 중심으로 상물분리형 온라인거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도매시장경로와 대형 유통업체 직거래경로를 견제하고 그들과 경쟁하는 경로를 형성해 협동조합과 산지 중심으로 공급통제력을 발휘하는 판로관리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로컬푸드직매장이나 지역 푸드플랜 역시 산지의 전체 공급통제 틀 속에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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