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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값 상승 고려한 연령별 맞춤정책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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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이두영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2월 3일
이 두 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보통 농지는 ‘농업 생산요소로서 농업소득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농가의 영농활동을 분석해보면 ‘과연 농지가 영농활동을 통해 농업소득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통계청의 ‘2018년 농가경제조사’를 분석한 결과 2008년 1㎡(약 0.3평)당 평균 농지가격은 공시지가 기준 약 2만3000원에서 2018년 약 3만8000원으로 10년 새 연평균 5.1% 상승했다. 그 결과 농업인 자격요건인 최소 1000㎡(약 300평)의 농지를 소유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2008년 최소 2300만원에서 2018년엔 최소 3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농지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이러한 결과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분석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농지를 구입할 때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농지가격의 상승은 기존에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와 새롭게 농지를 보유해 농업을 시작하려는 창업농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먼저 농지를 보유하고 있었던 농가는 농지가격 상승에 따라 재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특히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고령농이 농지를 계속 보유할 유인이 증가한다. 농지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농사를 지어서 생계가 유지된다면 땅을 계속 소유하는 것이 농지를 판 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반면 새롭게 농지를 구매해 농사를 시작하는 창업농의 농업 진입장벽은 높아진다. 농지와 시설·장비, 주택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여러 시행착오를 고려했을 때 기반 없이 농사를 시작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농사를 짓더라도 높아진 농지가격으로 수익성이 감소해 부채를 갚거나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새롭게 농지를 취득해 영농활동을 시작하는 청장년 농가는 줄어들고, 이미 농사를 크게 짓고 있는 농가의 후계농 또는 임차농이 농업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농지가격 상승에 따른 기존 농가의 농지보유 유인 증가와 창업농의 높아진 농업 진입장벽은 자료분석 결과로도 나타난다. 통계청의 ‘2018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08년 전체 농가의 36.7% 수준이던 59세 이하 농가 비중이 2018년에는 23.9%로 감소했다. 반면 70세 이상 농가 비중은 30.5%에서 44.3%로 증가했다. 청장년 농가의 비중은 줄고 농가의 고령화는 심화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농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농업·농촌의 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농업의 기계화 덕분에 고령농도 충분히 농사를 지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지만 아직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농지가격 상승으로 농지가 재산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확대됐다. 그로 인해 고령농이 농지를 보유해야 할 이유는 더욱 공고해지고 청장년 창업농의 농업 진입은 힘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높아진 농지가격을 고려한 연령별 맞춤형 정책과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반 없이 시작하는 청장년 농가에 대해서는 영농활동의 위험부담을 낮추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금융정책과 영농기술 지원, 농지구매 없이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농지임대차사업 등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농지보유 유인이 증가한 고령농을 대상으론 소득안정과 농지공급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농지연금사업·농지임대차사업 등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러한 맞춤형 정책과 지원이 농업·농촌의 활력 회복과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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