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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친환경농업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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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임영아
농민신문 기고 | 2020년 1월 10일
임 영 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였던 공익형 직불제 도입이 눈앞에 다가왔다. 5월 시행에 앞서 ‘공익’의 의미와 소농직불제 대상 기준면적, 기본형과 선택형 직불제의 관계 등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고 기존 직불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건 변화 속에서 한국의 ‘친환경농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역사는 1960년대 일본의 영향을 받은 1세대 유기농업 선구자들로부터 시작됐으며 1980년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운동과 결합하면서 확산됐다. 중앙정부에서는 1998년을 친환경농업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직접적인 친환경농업 육성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학교급식 같은 이슈 속에서 친환경농업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한 국내 농업 경쟁력 확보라는 과거 기조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이끌어온 친환경농산물인증제의 시작은 1991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대비해 도입한 농산물 품질인증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93년 유기·무농약 재배 농산물에 대한 품질인증제가 도입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친숙하게 생각하는 친환경농산물인증제로 점차 변화해왔다.


기존의 친환경농업정책은 친환경농업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육성’해야 하는 산업으로 접근했다. 이로 인해 농업계에선 유기농업의 철학이 무시된 친환경농업의 관행화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그룹에서 ‘친환경농업 육성정책은 생산 측면을 중시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친환경인증농민의 32.3%, 유통업체 담당자의 85.7%, 소비자의 48.5%, 전문가의 78.9%가 이렇게 답변했다. 실제로 다수의 정책 담당자와 농민·소비자는 친환경농업을 국가가 육성해야 하는 친환경인증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하고 ‘친환경’의 범위를 협소하게 규정한다. 이런 인식 때문에 농촌지역 환경문제 해결법으로 친환경인증 농가수·면적 확대를 만능 답안처럼 제시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게다가 소비자는 친환경농업과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주로 식품안전 측면에서만 인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생태계서비스 제공 부분을 간과함으로써 가치 부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양분과잉, 축산분뇨 관리, 비점오염원 관리, 온실가스 감축 등 농업환경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고 이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이나 공익형 직불제 도입이 추진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정책 목표를 친환경인증 육성에만 둘 것이 아니라 영농법을 더욱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고 이에 대한 노력을 국민에게 인정받아 농업 전체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 친환경인증농가는 상대적으로 그 수는 적지만 다양한 농업환경정책 확산을 위해 지역 선도농가 또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은 농업환경정책에서 여전히 중요한 축이다. 다만 필요하면 ‘환경농업’ 같은 용어를 부활시켜서라도 인증 중심에서 탈피한 ‘친환경농업’으로 친환경의 외연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농업환경정책을 설계하고 도입할 때 개선해야 하는 문제점에 대한 베이스라인(기준치)을 설정하고 추가적인 환경개선효과가 나타나도록 정책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이때 새로운 농업환경정책과 기존 친환경농축산물인증제 사이의 위상·관계 정립이 선행돼야 친환경인증농가와 비인증농가의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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