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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먹거리 기본권 제공은 포용사회 실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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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상효
브릿지경제 기고 | 2019년 11월 25일
김 상 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국민이면 누구나 기초적인 생활보장을 누리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국민 기초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것은 먹는 문제이다. 국가는 국민이면 누려야 할 기본적인 먹거리를 보장하여야 하고, 이는 국민의 먹거리 권리(The Right to Food)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구휼제도를 실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재정 부담이 있다하여 이를 과다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치부하여서는 안 된다. 세계 경제력 11위의 국가로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일할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적합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취약계층이 많다. 이런 소득이 낮은 취약계층은 충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양상태가 심각하게 낙후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식생활 관련 질병발병 가능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또 질병이 발생하여도 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취약계층의 삶의 질 저하 문제는 심각하다.  


취약계층에게 최소한의 식생활 및 영양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식재료를 공급해주는 ‘농식품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최우선적 책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것이고, 따뜻한 포용사회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은 많은 선진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보면, 연간 11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농무부 예산을 취약계층 식품지원 부문에 투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의 식생활 및 먹거리 기본권을 성공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도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민들의 식생활 개선에 정부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해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식품지원제도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의 약 80%를 생계급여 형태의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먹거리의 기초생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원한 것이 다른 생계비로 지출하고 먹거리 보충을 하지 못해 지원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이들의 식생활을 양적·질적으로 개선하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충분한 영양공급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우며, 그 결과 이들의 건강상태가 취약해지고 있으며, 국가의 질병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최저생계비지원의 현금지원보다 ‘농식품바우처’ 현물지원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높다.   


취약계층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위한 ‘농식품바우처’ 지원은 단순히 보조지원의 재정소모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한 미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Canning and Stacy, 2019), 미 농무부 식품지원제도인 SNAP으로 재정지출이 국민총생산(GDP)의 증가로 이어지는 재정승수효과가 1.5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 농식품 소비는 약3억 달러 증가했지만 남은 7억 달러는 다른 부문에 소비되어 결과적으로 국내총생산은 약15억 달러 증가했다는 것이다. 다른 임시적인 재정지원의 재정승수효과가 보통 0.8~1.5 수준인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큰 승수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농식품바우처’ 제도의 재정지출은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도 유효수요 창출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농식품바우처’ 지원은 취약계층의 건강상태를 양호하게 개선시켜 주는 효과를 낼 것이다. 질병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고, 건강하게 취업을 하게 되면 의료비가 줄어들 것이고,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이들이 질병에 걸렸을 때 국가가 부담하여야 하는 질병치료, 관리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간접적인 효과까지 고려하면 결코 재정낭비만을 가져오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령사회의 질병관리를 위해서라도 신속히 도입하여야 할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WTO 개도국 지위 전환에 대해 농민단체의 반대가 극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보완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식품바우처’와 같은 제도의 도입은 농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농업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규범에도 저촉되지 않는 보완대책인 것이다. 먹거리는 가장 가까운데서 신선한 상태에 공급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윤리적 소비, 로컬푸드 활성화 등을 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만큼 취약계층의 먹거리 보장과 국내 농산물 수요기반 유지는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농식품바우처 제도는 분명 재정 부담을 수반하지만 국민경제의 유효수요 확대, 질병관리비용의 축소, 농산물 수요 확대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거시적 효과가 더 많은 정책이다. 취약계층에게는 식생활 및 영양/건강, 그리고 삶의 질이 개선되니 환영할 일이다. 정부 재정 500조 시대에 걸맞게 신속히 도입하여야 하는 정책이다. 재정 500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농식품바우처’ 지원정책은 농업-취약계층-사회전체의 후생을 높여줄 수 있는 triple-Win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농식품바우처’는 따뜻하면서도 합리적인 정책으로 포용사회 실현을 위해서도 신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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