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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공유자원과 공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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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국승용
경기일보 기고 | 2019년 8월 18일
국 승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계(契)는 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모임이다. 농산어촌에서 계는 농림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일궈갈 수 있는 핵심 기구였다. 농업의 기반인 농지는 대부분 개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논에 물을 대려면 저수지, 관계 수로 등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했던 조직이 수리계(水利契)이다. 지금은 공공기관인 농어촌공사에서 수리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산촌과 어촌에는 지금도 산림계, 어촌계가 운영되고 있다. 농림어업은 자연을 활용하기 때문에 특정한 사람이 자원을 독점하거나 과다 사용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의 생산 활동을 저해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농산어촌에서는 ‘계’라는 조직이 형성됐고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농산어촌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유자원이 있고 이를 공동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조직이 발전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최근 국내외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공유경제와 농촌의 공유자원은 어떤 관계일까? 농촌에서 오랫동안 공유자원을 활용하는 체계가 발전했다면, 최근 확산하는 공유경제도 농촌에서 더욱 빨리 확산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공유자원(common property resource)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원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수지나 수로(水路), 국공유림, 바다 등이 대표적인 공유자원이다. 계나 조합을 만들어 물을 관리하고, 송이버섯과 같은 임산물의 채취를 관리하고, 수산물을 잡거나 캐는 수량과 시기를 관리한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사적으로 소유한 유휴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 분야를 일컫는다. ‘사적’ 소유하고 있는 자산을,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임대차’를 활성화함으로써 사용자는 소유하는 것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자산을 활용하고, 소유자는 유휴 자산을 활용해 추가적인 소득을 추구할 수 있다. 자동차나 주거시설, 사무ㆍ회의 공간 등에서 공유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공유자원은 공유된 자원을 활용하고, 공유경제는 사적으로 소유한 자산을 활용한다. 공유자원은 합리적인 이용을 위한 공동의 관리를 필요로 하며, 공유경제는 활용도를 높여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이처럼 공유자원과 공유경제는 ‘공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 사실은 서로 ‘공유’하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런데 공유자원 활용을 위한 공동의 관리체계를 갖춘 농촌의 지역공동체가 공유경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면 어떻게 될까? 농촌에는 저수지와 같은 전형적인 공유자원 이외에도 활용도가 낮은 자산이 적지 않다. 빈집, 농기계, 농지와 온실, 정부 보조사업으로 마을에서 확보하고 있는 각종 시설과 장비 등은 임대차를 활성화해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산이다. 이들 자산을 마을과 같은 지역 공동체에서 관리하고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또한 발생한 수익이 마을 공동체에 귀속될 수 있게 한다면 농촌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경기도의 한 어촌계는 1년간 마을에서 어업에 종사하면 어촌계로 받아들여 조업ㆍ채취권을 부여한다고 한다. 이사한 첫 1년간은 마을에서 보조사업으로 확보한 주거 시설에서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료는 마을 공동의 수익이 된다. 전국 대부분의 농어촌이 후계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마을은 지난 10년간 30여 명이던 어촌계원이 120여 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한다. 소득은 물론 마을의 다양한 활동에서 활력이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마다 실정은 다르겠지만, 공유자원과 유휴자원을 활용해 농촌 인구와 일자리를 늘리고, 마을의 활력을 높이는 시도를 해봄직 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촌의 공유자원과 유휴 자산을 도시의 수요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 운영에 대해 일정한 지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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