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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곡물가격 추이와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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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정민국
농수축산신문 기고 | 2019년 7월 30일
정 민 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국제곡물 선물가격의 상승 폭이 작지 않다. 2019년 6월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전월대비 9.8% 상승했다. 밀 선물가격은 러시아와 서유럽의 건조한 날씨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14.3% 상승했으며 옥수수 가격도 미국 중서부지역의 기상이변으로 재배면적과 단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14.8% 상승했다.


그리고 콩 선물가격은 미국 주요 주산지에서 발생한 홍수로 파종지연과 작황 우려로 6.9% 올랐다. 최근 곡물 선물가격의 상승은 대부분 주요 주산지의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량 감소 전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3분기 곡물선물가격도 전 분기 대비 다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6월 사료용 밀과 옥수수 수입가격은 소폭 상승했으나 나머지 곡물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서 발표하는 국제곡물 조기경보지수도 7월 현재 안정단계에 있다. 그러나 5월 이후 지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곡물수입의존도가 높다. 국제곡물가격의 상승은 식품산업 및 축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과거의 국제곡물가격 폭등 경험 때문에 현재 국제 곡물 선물가격의 상승세를 보고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2008년 당시 상황을 상기해보자. 그 당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 원인은 주로 수요 측면에 있었다. 중국 및 인도 등 신흥국의 고도성장으로 육류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사료곡물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 증가까지 겹쳐 세계 곡물 재고율이 사상 최저치로 내려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제곡물 재고량이 부족하다보니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아시아 지역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제한까지 고려하게 됨으로써 곡물 수입국들은 비싼 대가를 치루고 곡물을 수입해야 했다.


우리나라도 국제곡물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국내 식품산업과 축산업은 원료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제곡물과 관련된 3분기 식품물가 지수는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밀 가격의 상승은 국내 제분업체들의 공장도 밀가루 가격에 대부분 그대로 반영되며 결국은 유통업체 및 식품업체의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빵, 국수, 라면 등은 국민 식생활의 기초식품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가당국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식품물가의 상승 원인이 외생적일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료곡물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내 축산업의 경우 옥수수 등 사료 원료 가격의 상승은 축산물 생산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축산농가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과거 폭등한 국제곡물 가격으로 인한 수입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를 비롯, 업계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사료곡물 수입에서부터 농가 구입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됐으며, 제분업체와 사료업체 등은 국제곡물 가격의 상승분을 국내 식품가격과 사료가격에 시차를 두고 완만하게 반영해 충격을 완화했다.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했다.


원인에 따라 처방도 달라져야 하겠지만 현재의 국제곡물 선물가격 상승이 주산지의 기상이변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대응도 쉽지 않다.


그러나 국제 곡물의 수급 및 가격의 변화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미리 준비하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식품업체 및 사료업체들도 과거의 어려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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