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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R&D 혁신, 미래 농업의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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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창길
external_image 중앙일보 기고 | 2019년 7월 3일
김 창 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아인슈타인은 “어리석은 짓이란 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행을 따르기보다 새롭게 도전하고 혁신해야 하는 한국의 농업·농촌에 꼭 필요한 격언이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G20 수석 농업연구자회의(MACS)’에 참석해 세계 농업 분야 연구의 핵심 이슈를 논의하고 일본 농업기술 개발의 현장 적용 사례를 돌아봤다. 지금 일본은 미래 농업·농촌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고 수요기반의 농업기술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리빙 랩(living lab)’을 활용하는 등 연구개발(R&D)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농업·농촌의 고령화와 영농 후계인력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농업의 미래도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2013년 다이나미즘(활력) 창출을 위한 농정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공격적인 농업으로 대전환을 시도하면서 국제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인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기술혁신으로 농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7년 각료회의에서 생명공학산업의 신시장 창출계획을 결정하고 AI·사물인터넷(IoT)과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농업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며 농업데이터 협력 플랫폼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특히 ‘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이라고 불리며 사용자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 랩을 도입해 농업 분야의 수요자와 사용자가 기술개발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농업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농업·식품산업기술총합연구기구(NARO)의 쿠마 카즈오 이사장은 미쓰비시 전기 부사장 출신이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비즈니스의 기회로 변화시키는 역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데이터 연계 기반을 통합하는 농업정보연구센터 조직을 신설했다. 2023년까지 200명의 AI 연구인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인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농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전환하겠다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농업 부문 R&D는 기초 과학기술의 역량 결집과 오랜 기간의 공공적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R&D 분야에 20조원을 투자했는데 그중 농업 분야 R&D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향후 농업과학기술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공급자 중심의 R&D 정책 패러다임이 기초연구와 신기술개발의 잠든 수요를 깨우는 쪽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또한 농촌현장에서 농업인이나 농업경영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찾아내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수요기술발굴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개발에 리빙 랩 방식을 도입하고 적극 활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혁신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수요자 중심으로 농업기술을 혁신하지 않으면 한국 농업의 장래는 어둡다. 농업과학기술정책도 급변하는 현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지체되면 안 된다. 농업 부문 R&D는 기후변화, 바이오 경제의 등장 등 전 지구적인 거대 변화와 연관돼 있어 그 성과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좌우되는 중요한 열쇠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생산·유통연구개발 기능을 집적한 스마트팜 혁신 밸리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이 정책실험의 모판이 되고, 새로운 융합기술을 보급하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준비한 자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준비하지 않은 자에게는 위기가 될 것이다. 하루빨리 농업·농촌의 R&D 체계를 전면 혁신해 미래 우리 농업과 농촌의 살길을 모색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 동력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 영문 기고 보기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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