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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농기계사업과 산업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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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강창용


한국농기계신문 기고 | 2019년 6월 15일
강 창 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농기계정책은 농업정책가운데 하나로서 농기계산업정책과는 다르다. 농기계정책의 주된 대상은 농민이고 이들은 농기계 수요자이다. 농기계산업정책의 주된 대상은 농기계기업이고 이들은 농기계를 공급하는 공급자이다. 이때 수요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농기계를 원한다. 공급자는, 해당기업의 경영철학에 따라 약간은 다르겠지만, 가능한 높은 가격을 실현해서 기업이익을 최대화하려 한다. 간단히 말하면 농기계시장에서 농민과 농기계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립하는 경제주체들이다. 


그러나 농기계시장에 이러한 두 주체가 만나는 현실은 이론이 전제하는 다양한 조건과 상당히 다르다. 이론이 전제하고 있는 경쟁조건이 시기와 지역, 품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론은 기본일 뿐이며 현실은 실존으로 다양하다. 순수경쟁 조건은 현실에 없고, 따라서 모두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 여기에 농기계시장개입과 관련 정책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어느 재화와 용역시장이 기본적인 원리에 부합하지 못할 환경이나 조건이 발생하는 경우 그 결과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결과가 갖는 폐해, 문제와 이익 등이 개별적인 소소한 수준에 머물 경우 외부적인 개입이나 간섭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나 피해 등 그 결과의 범위가 크고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누군가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대개는 정부가 나서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데 이것이 정책이다. 수요와 공급자, 관련 사회와 관련인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정부의 활동이다.


과거 1970년대 이후에 우리 농촌에서 꾸준하게 나타났던 현상은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인력의 급격한 감소였다. 그런데 그 당시 유출 농촌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보완되지 않았다면 어떠한 현상이 벌어졌을까. 당장 농촌의 노임은 급등했을 것이고 농업생산비의 증가는 농민들의 수익을 급락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농민들은 농산물 생산규모를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농산물가격은 급등하고, 이어지는 농산물 생산규모의 축소는 또다시 농민들의 농촌 탈출을 가속화하였을 것이다. 도시민들의 식품가격 폭등에 따른 불만 팽배와 사회적 불안감 확대도 촉발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악순환은 국가의 존멸에 위기감까지 고조시켰을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았었다. 우리 농업에서 1990년대까지 빠른 농기계시장의 확대 시기였고 수많은 농기계들이 농업생산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농촌노동력을 대체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자. 당시 정부의 매우 다양한 농기계정책과 융자, 보조지원이 없었다면 어떠한 상황이 발생되었을까. 위에서 가정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을 것이다. 농민도 사라지고 그 농민들에게 농기계를 판매하는 농기계기업들도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당시 농민들의 소득을 보면 어떠한 외부지원이 없이 자력으로 농기계를 구입하기가 어려웠었다.  나아가 이러한 농민들의 농기계유효수요 부족은 농기계 시장의 형성을 어렵게 하였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정부가 낮은 농민들의 농기계유효수요를 확대하는 농기계정책과 동시에 농기계기업들을 자극하는 농기계산업 지원정책을 시행하여 농기계시장을 만들어 왔다. 이로 인해 우리의 농민들은 보다 용이하게 농기계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었고, 농기계기업들은 농기계수요 증대와 정책지원을 받아 매출 성장을 실현해 왔다. 결국 농기계시장에 정부가 개입해서 3자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온 농기계시장을 조성, 확대해 온 것이다.


정부는 농기계 구입시 필요한 융자와 보조금을 1990년대까지 극대화하였다. 이외 들녘별 경영체와 시설농업 등에도 여러 종류의 자금지원을 해왔다. 농민지원과 달리 농기계산업, 공급자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해왔다. 국산화율을 전제로 한 자금지원, 부품과 생산전도자금 지원 등이 있었다. 농촌진흥청 산하에 농업기계관련 조직을 만들고, 각 대학에 농기계 관련 학과를 설치해 지원하였다. 우리 농기계기업들은 정부의 다양한 정책지원의 혜택을 입었고, 성장해 왔으며 호황기를 누려왔다.


정부가 농기계시장에서 농민과 농기계기업 사이에 농기계시장을 형성하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정한 시장이 아니라 불모지 농기계시장을 정부지원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그 의도한 바와 결과가 달랐을지 모르지만 정부와 농기계 기업, 농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수혜를 얻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없었다면 국내 농기계기장의 형성은 어려웠을 것이고, 지금의 높은 기계화율 역시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동시에 농기계산업의 위상도 미약했을 것이다.


농기계임대사업은 여러 농업기계화 정책 가운데 하나이다. 농산물 시장개방, 특히 중국과의 농산물 교류확대로 인한 밭작물의 경쟁력 확보 어려움에 대응한 정책이다. 물론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이 있지만 이것은 공익 우선의 국가사업이 아닌 농협의 수익사업이기 때문에 예외로 하자. 농기계임대사업은 지금까지 5,0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이었으며 향후에도 사업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의 요구도 가미되고 있어서 갈수록 주시되는 정책이다. 최근 이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컨설팅도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이 농기계임대사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농기계산업과 연계해서만 생각해 보자. 


지금 일부에서 농기계임대사업이 농기계시장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거의 상황을 회고하면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밭작물 기계화에 관련된 거의 모든 글들에서는 개별 소규모경영과 재배방식의 비표준화를 기계화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일부 대규모 밭작물 경영주의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농가들이 농기계구입능력을 갖기 어렵다고, 즉 유효수요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임대사업소의 임대농기계의 대당 이용일수 조차 연간 10일, 농가호수는 8호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농민은 아니지만 농기계수요 주체를 임대사업소로 설정하고 이들로 하여금 많은 농기계구입을 지원해서 농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간접 지원함으로서 해당 농기계시장을 정부에서 만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사업소의 경영은 적자이다. 정부에서 농기계임대사업소를 운영하고, 임대농기계를 지원하는 목적은 해당농기계를 보다 많은 농민들이 사용하여


밭 농업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고, 이를 통해 농업소득을 보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임대사업소당 연간 수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적자부분은 해당 농기계시장을 조성하는 과정을 통해 농기계임대사업정책대상 농민들과 해당 농기계를 생산하는 농기계기업들에게 수익으로 분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매년 임대사업의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체 예산을 추가 투입하기도 한다. 문제는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보조지원을 언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에서도 밭작물 기계화 사업에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우리가 중시하는 이식과 정식, 수확기 농기계시장은 우리보다 외국 업체들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변화 과정에서 임대농기계는 우리의 것이라는, 따뜻한 아랫목으로 생각하다가는 이앙기 콤바인 시장을 내주듯 주력 밭작물 농기계시장도 외부에 내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점차 농민들은 고장이 많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농기계를 선호하고 있다. 국산품 애용을 농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사실 과거 우리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가격과 품질 면에서 열약해도 우리 농기계를 구입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 젊은 후계자들이 어느 농기계를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아라. 우리 농기계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때가 언제인지도 모르면서 국산 농기계만을 사용하라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기계임대사업소 담당자들의 애국심도 매우 강하지만, 무한정 현장에서 기술적·경제적 격차까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임대사업소 이용 농민들의 민원을 그들만이 안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자, 이제 이러한 상황과 사실 아래에서 우리의 농기계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농기계기업인들이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과거 수십 년 전부터 지금의 주력 농기계시장에 대해, 발전전략에 대해 당부했지만 그 대응은 미미하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그러한 태세로 일관한다면 우리 농기계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물론 바람직한 수준과 내용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어떠한 모습으로든지 우리의 농기계산업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농기계기업들에게 자리를, 밭작물 농기계시장을 마련해 줬을 때 이것을 기반으로 도약해야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농기계기업이라도 경쟁력을 갖추길 고대한다.


마지막으로 이 사태를 주도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농기계산업계, 나아가 학계와 연구계에 묻고 싶다. 과연 농기계산업계에서는 현재로서 가장 강력하고 규모가 큰 정부의 농기계임대사업, 농기계시장 유지 및 확장지원에 대응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포함한 미래 전략을 갖고 있는가. 관련 농기계시장과 여건이 어렵게 변해가는 데 이를 반영한 밭작물 농기계산업의 구체화된 미래 대응책이 있는가. 이 물음에 해당하는 답을 하루 속히 마련해서 공개하고, 토론하여 우리 농기계기업과 산업이 살아가는 나침판으로 이용해 주길 바란다. 온수주청와(溫水煮靑蛙)를 다시 되 뇌여야 하는가. 시(時)와 절(節)이 정말 수상(殊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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