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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도매시장의 공공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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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 김병률
경향신문 기고 | 2019년 6월 11일
김 병 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농산물 도매시장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데 중요한 통로가 되는 도매시장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농산물 유통에서 도매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도매시장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진정 우리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와 논리가 필요하다. 이해관계자들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시장과 정책 모두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5년 가락시장부터 건설하여 현재 전국에 33개의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매시장 정책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농업정책 중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되며 세계적으로도 내놓을 만한 유통모델이다. 기존 후진적인 위탁상 중심의 유사시장을 흡수해 영세하고 교섭력이 없는 농업인들을 위한 근대적 도매시장과 경매제를 운영해 왔다. 


도매시장의 핵심 유통주체는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다. 도매법인은 농업인의 농산물을 경매를 통해 중도매인에게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중도매인은 낙찰받은 농산물을 마트, 식당 등 수요처에 판매한다. 이러한 이유로 도매법인은 높은 가격에 팔고자 하고, 중도매인은 낮은 가격에 구매하고자 한다. 서로 견제관계인 두 주체 간 거래에서 결정되는 가격이 우리나라 농산물 거래의 표준 역할을 한다.


물론 그동안 도매시장 운영 과정에서 유통주체별 역할과 경매거래제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고, 정부에서도 경매제도의 단점 보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시장교섭력이 낮은 중소 농업인들에게 ‘출하 선택지’를 늘려주기 위해서는 유통주체에 대한 진입규제를 없애고 도매시장 상인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주장들이 농업인들이 출하하는 농산물의 판매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얻을지, 아니면 상인들의 ‘구매선택지’만 늘려 농업인들의 거래교섭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 견제와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어느 일방의 혜택을 확대,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가 된다. 


도매시장 유통주체에 대한 규제와 거래제도 개선은 농산물 제값 받기와 가격진폭 완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제도는 유통환경 변화를 고려하여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되어야 한다. 다만 가격교섭력이 없는 중소 농업인들을 도외시하고 상인들의 흥정에 의한 거래방식과 가격결정 구조를 늘리는 것이 규제완화이자 자유시장경제라고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공영도매시장은 농업인과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상인들은 맘껏 장사하되 공적인 통제를 받는 것이 근본 취지다. 도매시장이 농업인과 소비자를 위한 역할 및 기능이 크게 감소했거나 없어졌다고 판단되면, 거래시스템을 개혁하는 게 마땅하다. 다만 농민의 유일한 소득원이며, 소비자의 먹거리인 공영도매시장의 특성상 운영의 공공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정부에서 유통포럼을 운영해 도매시장 문제를 적극 진단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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